2024년 6월 19일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은 우리들을 은근히 불편하게 한다. 자랑하지 말라고 하니까 말이다.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니까 말이다. 예수께서는 선행, 자선, 기도, 단식을 할 때 드러내서 하려고 하지 말라고 하신다. 남이 그 모습을 보고서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버리라고 하신다. 그 대신 “숨은 일도 보시는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라는 말씀을 기억하면서, 자신을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보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아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간직해야 한다고 하신다. 기도, 자선, 단식 등 소위 남 돕는 일, 좋은 일, 정의로운 일, 평화를 위한 일들을 할 때에, 아무도 모르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한마디로 문을 닫아 걸고, 골방에 들어가서 하라고 하신다.

자기 PR 시대인 우리 세상에서는 자기를 드러내며 살아야만, 사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자기를 드러내어야 자신의 존재와 그 가치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너Tube니, 인스타OO이니 하는 것들을 통해서는 돈도 솔솔 번다.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받거나, 비호감을 받거나 상관 없이, 자기를 드러내어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쏠리게 하는 사람들을 두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 관종 »이 되고픈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 남 돕는 일, 좋은 일, 정의로운 일, 평화를 위한 일, 곧 하느님의 일을 하더라도,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하고, 남들에게 알려야 그 일들이 남 돕는 일이 되고, 좋은 일이 되고, 정의로운 일, 평화를 위한 일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오늘날 세상에서는 마치 보이는 것만이 진리이고, 보이지 않는 것은 믿을 바가 못 되는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보이는 것, 보여 주는 것에 집착한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 하고, 감추며 살아가는 것은 바보나 멍청이나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시대다. 말을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고, 논리 정연하게 말하면, 마치 고매한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대우받는 시대다. 자기가 느끼는 것,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현해내지 못하면, 곧바로 이런 말을 듣는 시대다. « 너는 입이 없냐? 말을 못하냐? »

이러한 시대에서 선포되는 오늘 복음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그러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삶은 결코 우리를 행복에로 이끌지 못한다. 그런 삶에는 « 참 자아 »가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이런 시대에, 오늘 복음을 들으면서, « 골방의 역동성 »을 생각해 본다. 골방의 역동성이 참으로 그리운 시절임을 실감한다. 골방에 들어 간다는 것은 그저 뒤로 쳐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 걸음 더 걸어 나가기 위한 전략적 일보 후퇴, 옳은 일, 좋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 충전의 시간이다. 좋은 일, 옳은 일, 하느님의 일은 결국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 하느님을 만나기 위한 삶이 목적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시간이 바로 골방에 들어가는 시간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골방의 역동성을 실천하라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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