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7일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사랑이라는 것은 무조건 감싸 주고, 무조건 이해해주고, 무조건 받아 들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누군가가 나를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고, 나에게 물질적, 정신적 손해를 끼치게 했는데, 그를 마냥 받아 들이고, 그를 마냥 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자식이 잘못된 생각이나 말을 하거나, 잘못된 길을 걸으려고 하는 데, 그것을 그냥 내버려 두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 자녀의 자유를 존중해서, 알아서 하겠지 하면서 내버려 두는 것이 사랑인가 ?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엄청난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신다 : «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여러분은 들었소.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말합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시오. 오히려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시오 »

결국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비록 그 원수가 나에게 손해를 끼치고, 그가 나를 힘들게 하고, 나에게 상처를 입혔지만, «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처럼, 당한 대로 그대로 앙갚음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너는 나를 아프게 했지만, 나를 악으로 대했지만, 나를 못 살게 굴었지만, 나는 너에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 특히 힘있고, 돈 많고, 능력 많은 이들은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려는 신앙인들을 두고, 찌질이의 변명, 힘 없는 자들의 자기 합리화라고 빈정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그 빈정거림 뒤에 그들에게 놓여 있는 것이 과연 이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나 우러러 보아야 할 것이고, 그렇게나 만사 제쳐 놓고 추구해야 할 것이고, 그렇게나 대단한 것이고, 그렇게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아 가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기도이다. « 주님, 저는 이러 저러한 선행을 해서 완전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 라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 주님, 제가 무엇을 한다 하더라도, 저는 완전해지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남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도와 주소서 »”라고 기도해야 한다. 오직 겸손한 이만이 주님의 명령을 실천할 수 있다. 그리고 오직 겸손한 이만이 그 벽을 넘을 수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원수를 사랑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겠다는 마음만 먹더라도,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마음 먹은 우리를 변화시키신다.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고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이 물음에 대한 우리의 답변은 이렇다 :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려는 사람들, 하느님의 일을 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계신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기도하라, 겸손하라, 그리고 주님을 온전히 신뢰하라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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