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19호 2024. 6. 30 
글쓴이 김정렬 신부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
 
 

김정렬 모세 신부
하늘공원
 
   ‘액자 형식’의 문학 구조는 액자가 그림을 둘러 꾸며주듯 바깥 이야기가 그 속의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기법을 말하는데, 오늘 복음이 그런 형식으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액자 밖은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예수님을 찾아와 딸이 죽게 되었음을 알리며 살려달라 간청하자 군중은 서로 밀쳐대며 그분을 따르게 된다. 이어 이야기는 액자 속으로 들어와 열두 해 동안 하혈하는 여인이 ‘내가 저분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구원을 받겠지.’(마르 5,28)라고 생각하며 예수님 옷에 손을 댄다. 군중이 밀쳐대는 상황에서도 예수님은 당신 옷에 손을 댄 사실과 기적의 힘이 나간 것을 아셨고, 여인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한 행동과 믿음을 확인하시고 구원과 건강을 선언한다. 상황은 다시 액자 밖으로 나와 회당장 집에서 딸이 죽었음을 알렸지만, 예수님은 군중의 소란과 비웃음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며 소녀를 일으키게 된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서 많은 곳에서 믿음을 강조하셨는데,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마태 17,20)이며, 토마스 사도를 향해서는 믿음은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고도 믿는 것임을 말씀하셨다.(요한 20,29) 과학과 합리적 이성이 진리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 지금의 세상에서 신앙의 어리석음과 믿음을 가지고 주님의 따르는 선택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믿음을 통한 반전의 이야기는 성경에 차고도 넘쳐난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지난 5월 제1차 세계 어린이날 담화를 통해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시고(이사 49,15 참조) 날마다 우리와 함께 걸으시며, 당신의 영으로 우리를 새롭게 해주시며, 사랑하는 아빠, 자애로운 엄마의 눈길로 우리를 보고 계신다.”라고 말씀하셨다.
 
   신앙의 여정은 세상의 가치와 논리가 아닌 어리석음과 불가능을 믿고 따를 때 당신의 영을 통해 날마다 우리를 새롭게 해주시고 그것을 느끼고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집을 방문하여 말씀만으로 병이 나을 것이라는 희망과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을 실천한 여인과 소녀의 부모처럼 믿음을 가질 때 신앙은 성장할 것이다. 예수님은 신앙의 길에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오늘도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여라.”(마르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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