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예수님 복음 선포의 첫번째 장소는 갈릴래아 호수가입니다. 그런데 갈릴래아 호수는 남쪽끝에서 북쪽끝까지의 거리가 20km가 넘고, 그 둘레가 50km가 넘는 아주 큰 호수입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종종 이 호수를 바다라고도 불렀습니다. 이 호수가에는 크고 작은 마을과 도시들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복음서에서 여러 차례 들어본 도시, 카파르나움, 티베리아스, 벳사이다, 겐네사렛 등이 이 호수 곁에 형성된 도시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걸어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옮겨 가시기도 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건너편 마을로 가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마르코 복음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전해줍니다.

오늘 복음은 첫번째로 예수님이 호수 건너편으로 배를 타고 가시는 장면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밤사이 배를 타고 건너가시면서 예수님은 잠이 드셨습니다. 그러나 거센 돌풍이 일었고 물결이 배 안으로 들어와, 배에 물이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제자들은 겁에 질립니다. 밤이라 앞은 잘 보이지 않았을 것이고, 바람은 파도를 일으켜 배가 제 방향을 가지 못하게 했으며, 파도는 배를 넘어와 버립니다. 앞은 보이지 않고, 방향 감각은 잃었으며, 배는 서서히 물에 잠깁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급하게 깨웁니다.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예수님은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시어 고요하게 만드시고, 제자들에게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하고 되물으십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해보면, 제자들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입니다. 우리의 삶과 인생은 호수 건너편 목적지로 건너가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 역시 목적지에 다다르기 까지는 온갖 돌풍과 어둠, 파도와 싸워야 합니다. 우리의 인생 역시 앞이 캄캄해질 때가 있으며, 자주 방향을 잃습니다. 어느 순간에 내 발목에 물이 차오르는 것을 깨닫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위험을 피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러나 어둠과 돌풍과 파도 없는 호수가 없듯이, 고통과 어둠과 슬픔 없는 인생 역시 없다는 것도 우리는 깨달아야 합니다. 고통과 슬픔을 없애달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풍랑과 호수를 고요하게 하시는 주님을 깨워야 합니다. 주님과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앞에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이겨내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심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묵상해 보아야 할 다른 한 가지는 주님께서 함께 타고 계시는 배입니다. 그리스도교 영성과 신학의 초석을 세운 교부들은 종종 교회를 배에 비유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배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 가지만, 예수님이 함께 계신 배를 타고 가면 안전하고 주님께서 원하신 그 목적지에 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함께 계신 그 배가 바로 교회입니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예수님과 더불어 우리 인생의 호수를 건너게 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계신 배에 함께 타야 하고, 또 다른 한편 내 인생의 배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도록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온갖 어둠과 돌풍과 파도를 넘어 예수님과 함께 우리 인생의 호수를 건너갈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예수님이 계신 배 안에서 우리는 호수 건너 목적지에 안전히 도착할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여정에 주님께서 함께 계시도록 청하며, 오늘 이 미사를 정성껏 봉헌합시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 오늘의 강론 연중 제22주일 및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당감주임 2024.08.31 23
108 오늘의 강론 연중 제2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24 41
107 오늘의 강론 연중 제20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7 23
106 오늘의 강론 성모승천 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4 30
105 오늘의 강론 연중 제19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10 25
104 오늘의 강론 연중 제18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8.03 44
103 오늘의 강론 연중 제17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7 35
102 오늘의 강론 연중 제1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20 50
101 오늘의 강론 연중 제15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13 34
100 오늘의 강론 연중 제1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7.06 28
99 오늘의 강론 연중 제1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30 42
» 오늘의 강론 연중 제12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23 32
97 오늘의 강론 연중 제11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6.16 31
96 오늘의 강론 성체성혈 대축일 당감주임 2024.06.01 33
95 오늘의 강론 삼위일체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25 27
94 오늘의 강론 성령강림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18 43
93 오늘의 강론 주님 승천대축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11 30
92 오늘의 강론 부활 제6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5.04 24
91 오늘의 강론 부활 제4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4.20 35
90 오늘의 강론 부활 제3주일 강론 당감주임 2024.04.13 2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