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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릿글 ]

 

< “너희는 자루에 크고 작은 두 개의 저울추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집에 크고 작은 두 개의 되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너희는 정확하고 올바른 저울추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정확하고 올바른 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는 자, 곧 불의를 저지르는 자는 모두 주 너희 하느님께서 역겨워하신다.”(신명기 25,13~16) >

 

조광우 (엘리야) 신부 / 부산본부 부소장

 

크고 작은 두 개의 저울추는 가장 직접적으로는 물건 교환 중에 도량에서의 사기 수법이었습니다. 장사하는 이가 자신의 물건을 내어줄 때에는 가벼운 추를 써서 적게 내어주고, 상대가 값을 치를 때는 무거운 추를 써서 많이 받아내는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공정한 거래를 망가트리는 행위, 나의 노동의 결실은 비싸게 내어주고, 상대의 노동의 결실은 싸게 얻으려는 비겁함을 꾸짖는 말씀이었습니다. 저울추의 정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정의의 표상이었고, 그 핵심에는 서로의 노동과 그 결실에 대한 공정한 존중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사과 하나의 가격이 10000원 가량에 이르면서 큰 이슈가 되었었습니다. 요즘에는 사과 한 알에 5700원 가량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정작 사과 농민들은 금값이라는 그 사과의 수익을 손에 쥐어보지도 못했다고 하지요. 이를 해명하는 이들은 생산된 사과의 중간 유통과정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들 하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충주에서 생산된 사과가 바다 건너 저 멀리 미국에서 한 알에 불과 1700원 가량에 팔리고 있는 장면이 촬영되어 퍼졌습니다. 한국 내 유통으로 5700원이 된 사과가 바다를 건너 한참을 차로 달려가야 도착할 미국 땅에서 1700원이라니... 도저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요. 이번에 나온 변명은 이러했습니다. 사과 가격이 폭등하기 전에 싼 값에 계약되었었기 때문에 그렇게 싸게 팔린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변명이 되지 못합니다. 농민들이 증언하듯 사과 생산지의 수익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고, 유통 과정에서의 물가 상승이 불과 몇 달 사이에 저토록 심각하게 벌어졌다고 하기에는 한국과 미국의 거리가 너무 크니 말입니다. 결국 사과를 생산한 농민들의 노동과 애써 일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그 사과를 사고자 한 사람들의 노력이 평가절하되는 가운데 그 중간에 선 이들이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투자하기 좋은 상황”, “기업하기 좋은 상황을 두고 곧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편향된 말입니다. 좋은 경제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자원과 자본이 적절하게 잘 굴러가는 상황을 가리켜야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투자자와 사업가만이 아닙니다. 오히려 훨씬 더 많은 이들이 노동자들입니다. 노동하고 생산하는 이들의 가치평가에는 가벼운 추를 들이밀면서, 투자하고 사업체를 꾸리는 이들의 가치평가에는 무거운 추를 들이미는 이 시대가 어찌 공정한 시대라 할 수 있을까요? 공정한 거래를 위해 무게추를 사용하던 시대에 비하여 우리는 훨씬 발전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두 개의 추를 사용하던 비겁함과 불의는 여전히 우리 사회 안에 건재한 듯합니다. 우리 사회에 서로 다른 저울추가 사라지고 올바른 하나의 저울추가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것이 주 우리 하느님께서 기꺼워하시는 정의의 시발점이 될 것입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 생기있는 걸음마 >

 

유 동 현 (마르코) / 부산본부 노무팀장

 

안녕하세요. 이번에 노동사목에서 실무자로 일하게 된 유동현 마르코입니다. 첫 출근을 했을 때 노동사목의 분위기는 생기발랄!’이었습니다. 생기 넘치는 이곳에서 석 달 넘게 일하고 보니 ! 나도 기쁘게 살자.’ 하는 마음이 샘솟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함께 일하고 계신 분들의 촉촉한 마음이 전달된 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노동자의 삶을 생각하고 그 권리를 함께 찾는 일을 하는 것이니 생기 있어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하고 마음을 잡으며 첫걸음을 떼봅니다.

 

모든 게 낯설고 처음 접하는 업무들이지만 아직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닙니다. 곁에서 필요한 일들을 다들 잘 알려 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지만 현장을 이제 겪기 시작한 저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업무에 필요한 소양과 노하우를 하나씩 알아가고 일을 수행할 때마다 노동자와 동반하려는 마음 없이는 나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밝은 분위기의 노동사목 지붕 아래 한식구가 되어 어려운 노동자와 동반하는 일에 부름 받은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지금까지 막연히 그리고 어설프게 사회교리에 대해 배우고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왔다면 지금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실천하며 살아가야 함을 느낍니다. 현재 제가 맡은 자리에서 일을 하게 되기까지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자원 활동가로 일했던 시간들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고, 이젠 그 일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현장에서 활동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나름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자만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노동자의 상실된 인간존엄성 회복을 위해 어떻게 연대하고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강구하고 제가 머무르는 자리에서 지금행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노동자 처우개선에 필요한 기초적인 노동법을 습득하고, 소통하기 위한 외국어도 부지런히 배워야겠다고 다짐합니다. 더불어, 저 또한 노동자이기에 어려운 상황에 있는 노동자의 시선에서 공감하고 권리구제를 위해 뛰어야 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이들을 만나기 위해 30여 년을 살아오며 생긴 틀에 박힌 관념이나 완고한 부분을 깨는 작업을 하고 살처럼 부드럽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부족하고 미숙한 부분이 많아 어려운 것에 걸려 넘어질 때도 있겠지만 다시 일어서서 함께 가야 하는 이들과 끝까지 걸어가야겠다는 치기 어린 포부도 해봅니다. 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임들의 모습을 따르며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삶 속에서 직접 실천하며 살 수 있도록 불러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생기 넘치는, 생기 넘치게 될 발걸음을 오늘도 내딛습니다.

 



[ 노동을 향한 눈빛 ]

 

<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은 폭력이다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상근활동가 김 찬

 

지난 426, ‘서울특별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는 청소년 보호를 내세우며,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앞장서는 혐오세력들이 집결하여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달라는 주민청구를 제기한지 불과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진 일이었다.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확인하기 위한 공식적인 설문조사나 공청회는 없었다. 조례의 직접적 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았다. 조례 폐지 근거 중 하나는 동성애 조장에 대한 우려였지만 성소수자 학생들이 실제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는 정치권의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교권 보장이었지만, 정작 부당한 민원과 업무 지시, 과중한 업무 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에서 일하고 싶다며 거리에 뛰쳐나왔던 교사 노동자들의 요구에 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없었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에서 교권침해 빈도수가 더 높다는 주장과 반대되는 통계와 연구 결과가 나왔을 뿐이다.

 

현재 서울학생인권조례는 교육감의 재의요구(거부권)로 시의회의 재논의를 앞두고 있다. 이는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남에서는 시의회에서 폐지안이 통과되고 교육감이 재의요구를 했으나 시의회에서 다시 재의결하면서 폐지가 확정되는 듯 했으나, 최근 대법원에서 폐지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법적 다툼으로 넘어갔다. 5·18 민중항쟁 정신이 깃든 광주에서는 혐오세력에 의해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조례안이 시의회에 접수되었고, 경기도는 교육청에 의해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즉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지역은 전국에 6개 시도인데 그 중에서 4개 지역에서 학생인권을 퇴행시키기 위한 반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2010년대부터 제정되어, 6개 지역에 존재해왔던 학생인권조례는 그 힘은 미약하지만 학생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로서 작동해왔다. <학교생활에서 학생의 인권보장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미제정 지역에 비해 조례 제정 지역에서는 두발 길이와 모양 제한 경험은 26.5%p, 간접 체벌 경험은 10.1%p, 치마/바지 길이-폭 제한 경험은 13.3%p, 동의없는 소지품 제한 경험은 11.7%p 적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학생인권조례에 따라 인권침해 행위가 지방자치 법규(조례) 차원에서 금지되기 때문도 있지만, 조례에 따라 설치되는 학생인권옹호관/센터 등 전담기구의 효과에서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미 제정 지역인 부산에서는 학생 머리 길이를 제한하며 언어폭력과 협박을 일삼았던 학교가 있었고, 학생들이 서명운동에 나서는 일이 2년 전(2022)에 있었다. 같은 해, 한 사립 여중에서는 학생회 간부가 용의 규제와 학생회에 대한 교사의 개입에 따르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괴롭힘과 차별을 당해야 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아수나로 부산지부의 2021년 조사에서는 25개 학교에서 75건의 심각한 학생인권 침해 사례가 제보되었으며, 2023년 조사에서는 학생 성소수자 71%가 동료 학생으로부터 혐오발언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보수교육감인 지금은 물론이고, 진보를 자처했던 교육감의 집권 시기에도 마찬가지였다. 민원을 넣거나, 집회를 열거나, 인권위 진정을 내도 담당해서 처리하는 전문인력이 전혀 없다. 다른 많은 업무를 동시에 겸하는 장학사 1명이 혼자서 일을 맡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은 매년 바뀌었다. 정치인들은 학생인권이 과도하게 보장되었다고 말하는 지금, 조례가 없는 지역에서는 여전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례가 폐지되면 그 지역 학생들의 삶을 어떻게 될까?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6개 지역에만 제정되어 있었던 학생인권조례가 위태롭다.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이 침해된다는 여론에 힘입은 혐오세력은 폭주하고 있고, 그 여론 속에서 학생들의 저항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시대가 많이 나아졌다, 예전보다 학생들의 삶이 나아졌다는 세간의 인식 속에서 저항하는 학생들은 비정상이 된다. 교사의 죽음에는 온 사회가 나서서 제도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추모하는 척은 하지만, 학생들이 겪는 부당한 일들과 마주하는 죽음에는 조용한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떠올리면 20226월 사립여중에 다니다 교사의 인권침해 행위로 세상을 떠났던 학생의 어머님을 만났던 기억이 난다. 2년 전 일인데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어머님은 SNS를 통해 힘겹게 싸우고 싸우고, 지인들을 수소문해서 기사화하고 고발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계셨다. 나는 심각한 사안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에 화가 났고, 1인 시위에 나서려 하시는데 그 방법을 모르시는 어머니에게 피켓을 인쇄해드리고, 집회신고를 알려드렸다. 그리고 학생이었던 내가, 아수나로라는 작은 조직이 대응하기에는 힘들겠다고 판단하고 다른 교육운동 단체 활동가에게 인계했다. 인계하기 위해, 어머님 집에서 단체 활동가와 만나 대화를 나눴던 날대화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길에 어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눈물을 흘리셨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손을 내밀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셨다. 활동하며, 학생으로 살아가며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 분하고 서럽고 화가 났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분노해주셨으면 좋겠다.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말로, 학생들의 삶을 무너뜨리고 퇴행시키려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서울이 뚫렸다. 그나마 있었던 조례도 이제 사라지려고 한다. 현재 청소년인권운동은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조례를 넘어 법을 제정함으로써 학생인권을 전국적으로 보장하려고 한다. 근로기준법과 같은 학생인권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려고 한다. 많은 관심과 응원 보태주시길 바란다. 아수나로는 더 많은 학생들과 이 분노를 공유할 수 있도록 운동을 조직하고, 실천에 나서겠다.






[ 노동사목 기획강좌 ]

 

2024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위험성평가 A부터 Z까지

- 편집부

 

저희 가톨릭노동상담소에서는 부산지역의 노동안전보건분야 담당자 및 활동가의 실무역량을 강화하고 지역과 현장 내 중대재해예방 및 대응활동에 도움이 되고자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민주노총부산본부와 공동으로 노동안전보건 기획 강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강좌는 위험성평가에 대한 내용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이번 강좌를 통하여 위험성평가제도 이해는 물론 현장 활동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내용들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위험성평가란 일터의 유해,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이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가능성과 중대성을 추정, 결정하며 감소대책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이미 2009년 산업안전보건법에 신설되어 2013년 사업주의 법상 의무가 된지 10년이 지난 위험성평가가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2022년 발표된 중대재해감축로드맵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구축의 핵심내용으로 위험성평가가 제기되었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인해 기존의 위험성평가 제도에 강제력이 부과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 고용노동부의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중 위험성평가 및 필요한 조치에 해당하는 조항의 위반이 가장 많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자기규율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규율 예방체계 구축이란 일터에서의 안전보건의 책임이 사업장 당사자인 사업주에게 있음을 확인하고, 사업주가 사전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책임져야함을 의미합니다. 사업주가 위험성평가를 통해 실질적이고 포괄적인 의무를 부담해야한다는 것이지, 이에 따라 규제나 처벌을 완화해주겠다는 의미가 아님을 알아야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을 위한 의무위반의 경우, 낮은 처벌수위로 인해 형벌의 경고기능이 무시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한 인식변화는 물론, 처벌의 수준 확대를 통한 예방 기능 확대를 꾀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강좌를 통해서 위험성평가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 것인지, 노동자들이 이를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배우는 것은 물론 직접 현장에 대한 위험성평가 점수를 매겨보고 개선방안을 마련해보는 실습을 통해 직접 체득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험성평가가 현재 왜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알 수 있었고, 위험성평가가 각 사업장에서 제 기능을 한다면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의 노력과 의무 이행, 노동자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 그리고 제대로 된 근로감독을 통한 처벌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그 예방효과가 극대화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지역 내 노동안전보건을 위한 강좌를 매년 기획해보려고 합니다. 그 첫 번째 강좌에 함께 해 주신 강사님들과 신청자분들을 비롯한 모든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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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현장이야기 ]

 

기후위기와 고용불안, 그리고 정의로운 전환

 

김도아(프란체스카)/ 부산본부 사무국장

 

지난 528~29, 이틀에 걸쳐 한국남부발전이 있는 남구 국제금융센터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가 전국 최초로 정의로운 전환을 외치며 파업에 나섰습니다.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25년부터 2036년까지 단계적으로 2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 될 예정이지만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이나 계획은 전무한 상황입니다.

 

부산과 하동, 영월 등지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플랜트서비스(HPS)는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정비등의 업무를 위탁받는 하청업체입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약 8천여명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은, 일방적인 발전소 폐쇄 결정과 함께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이에 대한 대안을 HPS는 원청인 남부발전에, 남부발전은 HPS에 책임을 넘기는 전형적인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2022년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을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이라고 정의하면서 이를 실현할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업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최초의 파업이며 기후정의를 외치는 활동가들과 함께 준비한 파업이라는 것에 있습니다. 지구의 기후를 걱정하며 기후정의를 외치는 활동가들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기후정의를 위한 발전소폐쇄로 인하여 수천명의 노동자가 아무런 대안 없이 그저 일자리를 잃는 것 또한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리하여,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노동자와 활동가, 시민과 정부가 함께 논의하고 노력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민간자본이 새로 짓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완공까지 방치한 것을 볼 때 발전소폐쇄가 기후정의보다는 자본과 이윤을 위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공재생에너지로 산업을 전환하여 기존의 발전노동자들이 계속 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대안들에 대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공재생에너지란 대규모 공적투자로 공적 기관에 의해서 개발되고 소유, 운영되는 재생에너지(특히 태양광과 풍력) 발전시설을 의미합니다. 재생에너지의 공공성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재생에너지는 공공재이며 동시에 국가가 주도하고 지방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공의 협력과 운영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 발전사업을 허가받은 해상풍력단지는 해외자본과 대기업을 주축으로 한 민간기업의 점유율이 약93%에 달합니다. 이후 재생에너지가 민영화된다면 공공, 즉 우리 모두의 자산인 바람과 태양이 해외자본의 소유물이 되어 값을 지불해야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공공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신속하고 체계적인 추진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그 안에서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거나 주민간의 갈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일은 지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추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재생에너지는 공유재이므로 이를 위한 비용은 기본적으로는 정부에서 부담하되, 탄소세 등 책임에 따른 세금 부과를 통해 일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나가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생 에너지의 공유재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하여 에너지의 이익을 사회 전체가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공에너지 자원의 근원인 햇빛, 바람, 물 등은 우리 모두의 공유재산이며 이것은 인간의 자산이 아닌 모든 생명체와 지구의 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내년 말,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보령, 당진, 그리고 경남 삼천포와 하동의 석탄발전소가 줄지어 폐쇄됩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후위기는 눈앞에 다가왔고, 대책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를 막고,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공공재생에너지로의 정의로운전환을 주장하는데에는 함께 살고자 하는 의지가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인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노력해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도록 모두들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교구에서 진행하는 탄소단식어워즈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지요?) 주님이 만드신 이곳에서 더 이상 이윤의 욕심에 매몰되지 않고 주님을 닮아가는 인간으로써 함께 살아나갈 수 있게 되길 기도드립니다.노동현장이야기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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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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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행정대집행 10밀양의 정신은 사랑이며 평화입니다.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지난달 한 일 ]

 

베트남 호치민 대교구 대주교님 방문 (05/05)

지난 5, 베트남 호치민 대교구의 응우옌 낭(요셉) 대주교님께서 노동사목센터에 방문하셨습니다. 노동사목센터를 둘러본 후, 트란 쿵 풍(요셉) 신부님께서 노동사목의 전반적인 활동에 대해 알려드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동사목에 대한 소개를 듣고, 주교님께서는 노동사목이 베트남 공동체를 비롯한 모든 이주민을 위해 열성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주교님의 미사집전을 통해 이주민으로 살고 있는 베트남공동체 친구들은 공동체 내의 사랑을 회복하고 하느님의 평화와 은총을 가득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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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탈탈(탈송전탑, 탈핵) 낭독회 (05/25)

오는 611일은, 초고압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에게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 자행된지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무려 19년째 이어져 온 밀양송전탑 반대투쟁은, 단순히 송전탑이 내 집 앞에 들어섬을 반대하기 위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불을 환하게 밝히고 그곳을 시원하고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 송전되는 전기는, 누군가가 살고 있는 다른 지역의 희생을 발판 삼고 눈물을 매개체 삼아 흐른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투쟁이었습니다. 지난 25일 밀양의 투쟁기를 담은 책인 <서울-전기-밀양>의 낭독회가 열렸습니다. 밀양의 주민들과 함께 지난 일들과 지금의 일들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오는 68, 밀양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밀양으로 향하는 희망버스가 전국에서 출발합니다. 연대의 마음으로 함께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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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 연대미사 (05/27)

지난 27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에 연대미사를 다녀왔습니다. 화마가 한바탕 휩쓸고 가 스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는 두 분의 해고당한 여성 노동자가 무기한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용승계를 위한 투쟁의 자리에서 지금까지의 투쟁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외국인투자기업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협하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말에는 기업이 이윤을 위해 노동자를 쓰다가 버리는 소모품으로 취급해도 처벌 받지 않는 나라라는 뜻이 숨겨져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공농성 노동자들의 건강과, 간절한 고용승계의 염원을 담아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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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 활동

5/2()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회의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부산지역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발전HPS지부 기후정의·시민사회 간담회 / 철도노조 대회의실

5/3() 전국노동사목실무자회의 / ZOOM

5/4() 상담소 개소 35주년 기념일

5/5() 베트남 호치민 대교구 대주교님 방문 / 센터

5/7()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방문 /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구미)
의료지원 / 동아대병원

5/9() 부산지역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14()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5/16() 발전HPS지부 파업 선포 기자회견 / 한국남부발전본사
부산지역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20() 의료지원 / 부산대병원

5/21()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5/22()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면담 / 안전보건공단 부산광역본부

차별철폐대행진 준비위원회 회의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5/23() 노동사건 지원 /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지역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25() 밀양 탈탈 낭독회 / 효로인디아트홀

5/26() J.O.C. 야외미사 / 남광종합사회복지관
5/27()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연대미사 / 한국옵티칼하이테크(구미)

노동사건 지원 /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

5/28()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발전HPS지부 파업1일차 / 한국남부발전 일대
부산지역 노동안전보건 기획강좌 /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5/29() 발전HPS지부 파업2일차 / 한국남부발전 일대

노동자·활동가 심리치유모임 / 센터
5/30()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바자울미사 /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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