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주교나 개신교나 둘다 똑같은 하느님을 믿는다.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 그럼에도 이 둘 사이에는 차이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천주교에는 미사가 있지만, 개신교에는 미사가 없다. 천주교에는 성인 공경이 있지만, 개신교에는 성인 공경이 없다. 천주교의 십자가에는 예수님의 형상이 있지만, 개신교의 십자가에는 예수님의 형상이 없다. 천주교에는 7성사가 있지만, 개신교에는 세례와 견진만 있다. 천주교에는 구약 46권, 신약 27권 총 73권의 성경이 있지만, 개신교에는 구약 39권, 신약 27권 총 66권의 성경이 있다. 천주교에는 성직자들이 반드시 독신을 지켜야 하지만, 개신교에는 독신의 의무가 없다. 
 
오늘 우리는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지낸다. 천주교와 동방 정교회에만 있고, 개신교에는 없는 축제일이고, 천주교와 동방 정교회 신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사 성제를 통해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성변화’ 혹은 ‘실체변화’(trans-substantiatio)를 믿어야 한다.
 
하지만, 미사 전의 빵과 포도주와 실체변화를 일으킨 후의 예수의 몸과 피가 된 빵과 포도주를 과학적으로 성분분석을 해보면, 분명, 그 빵이 그 빵이고, 그 포도주가 그 포도주이다. 성변화에 대해서 과학적인 접근을 하다 보면,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빵과 포도주가 예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것은 믿음의 영역이다. 이 변화를 믿는 것은 하느님의 창조적인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것이 없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천주교 신자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것은 하느님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믿고, 주일미사에만 꼬박꼬박 나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 하느님이 실제로 이 땅에서 일하고 계심을 믿으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노동으로 땀 흘리시는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 그 하느님이 빵과 포도주를 사제를 통하여, 당신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심을 믿으며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주교신자는 미사 중에 그저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하느님이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신 예수의 몸을 먹고, 예수의 피를 마신다는 것을 믿는 사람이다.
 
믿음으로 말미암는 은총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 대목이다. 우리가 예수의 살을 먹고, 예수의 피를 마신다는 것은 그 행위를 통해 우리의 몸이 예수의 몸이 되고, 예수의 몸이 우리의 몸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의 살, 예수의 피, 곧 하느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게 되면, 우리의 몸은 하느님의 신성이 깃드는 성전이 되고 하느님은 우리의 몸뚱아리 안으로 들어 오신다는, 또 하나의 육화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느님의 인간화, 인간의 신화가 일어나는 장이 바로 영성체다. 그래서, 성변화를 믿는다는 것은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것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사람도 하느님의 몸과 피로 채워져서 그 사람도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살과 피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죽어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도 성체를 영하게 되면, 언젠가는 변화하게 될 거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내 자녀들이, 내 부모가, 내가 속한 이 공동체가 변화될 것임을 믿는 것이다. 이렇게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살과 피로 변한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은 희망한다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임을 알면서도 절대 희망을 져버리지 않는다는 것, 때때로 회의도 들고, 절망감도 들지만, 그럼에도 하느님이 함께 하심을 믿는다는 것이 성체와 성혈에 대한 믿음의 근본핵심이다.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은 나에게 희망의 사람으로 살라고 한다. 그리고 내가 먼저 타인에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내가 먼저 희망의 근거가 되어 살라고 한다. 그래, 오늘 성체 성혈 대축일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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