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1일 금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이다.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 마음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은 자기 말만 중요하고, 자기 마음만 중요하다고 여기고, 상대방의 말에, 상대방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만남에 소통이 없으면, 서로의 마음 안에 담겨 있는 기쁨의 크기를 가늠해낼 줄 모르고, 슬픔의 깊이에 동화될 줄을 모르며, 고민의 두께를 과소평가한다. 그러면, 그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는 갈피를 못 잡게 되고, 그 시간은 점차 무거워지게 된다. 만남의 과정에서 자기 말을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는 노력을 서로가 보일 때, 그 만남은 다음 번의 만남을 반드시 기대하게 하고, 다음 번의 만남을 설레임 속에 기다리게 한다.
 
우리는 참다운 만남의 전형을 오늘 복음에서 발견한다. 오늘 복음은 두 여자의 만남을 보도한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와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되는 여자의 만남이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어머니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아이를 못 낳던 여자는 임신을 하고 어머니가 되어, 하루하루 자식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되는 여자는 임신을 하고, 어머니가 되어, 하루하루 가슴 졸이고,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를 낳아서는 안 되는 여자는 하느님께 자신을 다 던졌지만, 그래도 두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한걸음에 달려갔다.

하느님의 전령이 늙은 엘리사벳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기에, 엘리사벳만큼은 자신의 두려움을 알아 줄 거라고 여겼기 때문에 그렇게 서둘러 달려갔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알아봐 줄 단 한 사람, 늙은 나이에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잉태하게 된 여인 엘리사벳을 찾아갔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임신한지 6개월이 넘어가던 여인, 그래서 하느님의 뜻과 의지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던 여인, 엘리사벳은 단박에 마리아에게 벌어진 '하느님의 의지'를 읽어냈다. 그리고 동시에 하느님의 의지를 있는 그대로 수용한 '마리아의 투신'을 알아보았다.

 
세상의 그 누구도 이 두 여인의 만남이 이루어내는 깊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느님께 스스로를 던진 사람만이 불행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을 은총으로 알아보고, 고통이라 부를 수 밖에 없는 것을 축복으로 알아보고, 예리한 칼로 심장을 도려낼 것 같은 앞으로의 아픔을 하느님께서 펼치실 구원의 치유로 알아본다.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은 은총이 은총을 알아본 사건이었다. 그 만남은 기적이 기적을 알아본 사건이었다. 감사가 감사를 알아본 사건이었다.

두 어머니의 만남을 보도하는 오늘 복음을 읽는 우리들은 두 어머니의 만남을 가능케 한 것이 하느님을 향한 신앙임을 깨달아야 한다. 참다운 만남을 이루려면, 반드시 하느님이 함께 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마리아는 엘리사벳을 만나고서야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똑바로 알게 되었다. 구세주의 어머니, 가장 복되신 분!!!임을 알게 되었다. 하느님의 사람은 또 다른 하느님의 사람을 만날 때에야 비로소 만들어진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마리아가 참으로 많다. 지금 가난한 사람들, 지금 힘없는 사람들, 어디에도 호소할 곳 없어 지금 땅을 치고 통곡하는 억울한 사람들, 기댈 곳이 하느님 밖에 없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이 나라 이 땅의 이 시대의 마리아다. 돌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는 일을 수락한 마리아의 마음, 세상의 손가락질과 무시와 냉냉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마리아의 그 떨리는 마음과 지금 인권을 무참히 짓밟힌 이들의 그 마음이 어찌 다른 마음이겠는가?
 
오늘 복음은 나에게 지금 가난하고 힘없고, 억울한 사람들, 하느님밖에는 어떤 곳에도 기댈 수 없는 사람들을, 마치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서둘러 찾아갔듯이, 내가 먼저 서둘러 찾아가서 그들이 우리와 똑 같은 존엄한 존재임을 알리고, ‘우리가 함께 할 것이니, 힘을 내시오’라고 말하라고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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