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1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세상을 살아가면 갈수록, 사람들과 맺은 관계라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걸리는 것이 많고, 발목을 붙잡히는 것이 많고, 돌보아야 할 것이 많고, 감싸야 할 것이 많아진다. 많은 사람들은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속박으로부터, 억압으로부터, 불평등한 이 세상으로부터, 무거운 책임으로부터, 그리고 복잡한 관계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보채는 가족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어하고, 허구헌날 돈!돈 !돈 ! 하는 이 세상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그런 것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어떤 이들은 머리를 깎고, 절을 찾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의 관계들을 청산하려는 준비를 하려고 하기도 한다. 부처님도 자기가 살던 편안한 궁전을 떠났고, 우리들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고, 광야로 떠났다. 그러나 부처님도, 예수님도 결국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 오셨다. 관계 속으로, 발목을 붙잡는 곳으로, 돌보아야 할 곳으로, 감싸야 할 곳으로 다시 돌아 오셨다.

그분들의 삶을 조금 엿보게 되면,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다 버리고 떠났으면 되었을 것을, 왜 그들은 돌아왔을까? 굳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라면, 그것은 ‘사랑’이라고도 불리고, ‘자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세상을 향한 마음 때문이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쉽기만 하면 누구나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온몸으로 체현體現한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사람됨의 도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이 하늘의 도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것은 사랑 때문이고, 자비 때문이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데 있어서 맨 먼저 요구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면,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가 ?

교회는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와 더불어, 어떤 것을 향한 자유가 함께 할 때에 만끽하는 ‘상태’라기 보다는 그 상태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자유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그 자유는 사랑의 또 다른 말이라고 가르친다. 자유롭다는 것은 마음을 바로 잡고 확고히 다지며, 재난이 닥칠 때 허둥대지 않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주님께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논쟁하지 » 아니하고, « 꼴찌가 되기 위해, 모든 이의 종이 되기 위해 » 애쓰는 것이다.

갈라디아 교회에 보내는 바오로 사도의 편지 5장 13절에 이런 말이 있다. «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 이어서 22절과 23절에 성령의 열매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들을 종합하면, 자유를 누리는 삶을 살면 «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 »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를 살려고 애쓰는 삶 자체가 성령을 따라 사는 것이고,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다름 아닌 자유를 누리는 것이라는 말씀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자유롭게 살고 싶어하고, 자유를 원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그저 어떤 것으로부터의 자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사는 것이 힘에 부쳐서, 사는 것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고 괴로워서, 그냥 벗어나고 싶어하는 도피를 자유라고 말하고, 자유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

지난 세월 이 나라, 이 땅에서 올바른 길을 걷다가 세상을 떠나간 5월의 넋들이 추구했던 그 자유, 참된 삶, 사랑의 삶을 향해 나 자신을 내어 던지는 자유가 참으로 그리운 오늘이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고 하던데, 오늘, 내일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 그 자유를, 그 자유를 살다간 이들을 실컷 그리워하며 보내고 싶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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