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부富는 하느님의 축복이지만 많은 이웃이 고통을 당하고, 굶주릴 때 그들을 외면하고 끝없는 욕심으로 축적할 때 그것은 ‘피’가 된다. « 만일 누가 가난하다면 다른 누군가가 더 차지했거나, 물려받았기 때문이고, 더 가진 이 몫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기 전까지는 도둑질한 물건으로 남는다 »고 교회의 교부들, 특히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한결같이 말씀하신다.
 
교회는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이든 간에 많이 가졌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만큼 하느님과 이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책임이란 진정한 포기와 나눔으로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일 수밖에 없다. 세상의 가난한 이들의 그 ‘강요된 가난’이 인류의 죄라고 한다면, 스스로 선택하는 가난은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교회의 수많은 성인 성녀들이 걸었던 길이 바로 이러한 가난의 길, 사랑의 길이었다.

그런데 그 누가 이 길을 그리 쉽게 자기 힘으로 갈 수 있을까? 오직 어린이와 같이 하느님의 절대 사랑에 신뢰하는 길, 하느님의 뜻만을 찾았던 그 ‘나자렛 예수의 길’을 누가 감히 갈 수 있을까? 그 길은 어쩌면, 결코 인간만의 힘으로는 걸어 갈수 없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은총이 함께 해야만 가능한 길일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오늘 제1독서에서는 이 길을 걸어가려는 초대교회 공동체의 찬란한 모습을 베드로 사도가 증언해준다. «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잠시 눈을 감고, 근심하는 빛으로 예수를 등지고 떠났던 부자청년, 가진 것이 많아서 버리고 떠나기가 더 어려웠던 그 청년의 뒷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 뒷모습이 어쩌면 나의 뒷모습은 아닐까? 오늘날 이 시대 우리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이제 다시 눈을 뜨자.
 
잠시나마 씁쓸함을 느낀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희망하자. 언젠가는, 어느 날인가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적 재화와 정신적 소유가 ‘하느님 나라를 위한 축복과 성사’가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새 하늘, 새 땅이 올 것이라고. 그리고 우리 스스로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 보자. 이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 나는 오늘부터라도 내 것이라고 내 소유라고 여기고 있던 것들에 대한 집착의 손아귀에서 조금씩 조금씩 힘을 빼보겠노라고 작심해보자. 분명 주님께서는 이러한 우리를 보고 빙긋이 미소 지으실 것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하느님의 미소를 찾는 길을 알려주고 그 길을 걸어보라 채근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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