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6일 부활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나됨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는 제각각의 나라가 있고, 제각각의 전통과 문화가 있고, 제각각의 생각과 이념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인 생각, 획일적인 이념, 획일적인 경제구조, 획일적인 문화 이런 것이 ‘하나됨’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다. 이 세상에는 나와 똑 같은 존엄성을 지니고 있는 나 아닌 타인, 바로 너라는 무수한 존재들이 나와 함께 살아 가고 있다. 나와 나 아닌 타인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은 본성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사회적 존재, 관계의 존재이게 한다.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와 너 그리고 우리, 관계의 존재로서의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공존共存과 공생共生, 나아가 상생相生을 서로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면서 곧, 교학상장敎學上長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길이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상, 꿈같은 세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은 그러한 공존과 공생, 나아가 상생을 북돋아주기보다는 오히려 무한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빈익빈 부익부를 마치 당연한 사실인양 여기게 한다. 이 나라, 이 땅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버렸던 1910년대부터 자본주의 사회가 되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미덕인 세상이 되어 버렸고, 지금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세상이다.

현대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이라고 치면, 적어도 그 출발선상에서는 동일해야 할 것이지만, 이미 그 출발선마저도 사람마다 서 있는 위치가 제 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출발선상에 서 있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출발선보다 한참 앞서 있기도 하지만, 아예 출발선에 서 있지도 못하고, 출발선 저 뒤에 서 있는 사람도 있다.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통했을지라도, 지금 세상은 개천에서 용 나기는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세상이다.

무조건 아끼고, 열심히 살면, 가난은 면할 수 있었던 세상은 이제 더 이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빈익빈 부익부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득 불균형은 교육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그렇게 되면, 기회 불균등이라는 현상을 낳게 한다. 기회 불균등은 경제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계층과 하위권에 속하는 계층간의 이동을 둔화시킴으로써, 결국은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세상에서 하나되게 해달라고 하는 기도는 자칫 불순한 것으로 내 비칠 수 있다. 하나된다는 것이 그저 마음만 하나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빈익빈 부익부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상, 경제적 불평등이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져 있는 세상은 사회적 존재요, 관계의 존재인 인간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이 세상 자체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런 세상에 대한 거부, 이런 세상에 대한 저항이 바로 오늘 우리가 들었던 예수님의 « 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라는 기도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가 복음을 통해 듣는 예수님의 기도는 그저 좋은 말씀 한 말씀이 결코 아니다. 이거나 먹고 나가 떨어지라며 돈다발 흔들어 대는 부자들과 힘있는 자들에게는 위협적인 말씀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시혜의 대상으로나 여기는 자들, 불쌍한 자들 정도로 여기는 자들에게는 참으로 불편한 말씀이다.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부채질하고,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갖게 하여 분열을 일으키고, 불일치를 일으키는 이들로 하여금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님 따르기를 접고 발길을 돌렸던 그 젊은 부자와도 같은 심정을 느끼게 하는 말씀이다.
 
오늘 복음 말씀은 불공평한 세상, 분열과 오해와 불일치하고 있는 세상에 대한 저항의 기도다. 교회 안팎에 분열과 오해와 불일치가 만연해 있는 세상에 이건 아니잖나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기도다. 이러한 기도를 주님을 따라 함께 바치며 세상을 산다는 것, 제대로 예수 따르며 산다는 것, 쉽지 않다. 참으로 쉽지 않다. 결코 쉽지 않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 2024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9 1
143 2024년 5월 24일 연중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7
142 2024년 5월 23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6
141 2024년 5월 22일 연중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8
140 2024년 5월 21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7
139 2024년 5월 20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1 3
138 2024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4
137 2024년 5월 1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3
» 2024년 5월 16일 부활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5 2024년 5월 15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6
134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9
133 2024년 5월 13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5
132 2024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1
131 2024년 5월 10일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0 2024년 5월 9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9 2024년 5월 8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3
128 2024년 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12
127 2024년 5월 6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6 2024년 5월 5일 부활 제 6주일 생명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6
125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성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18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