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의 12제자들 가운데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자살로 마무리 지으려 했었던 가리옷 출신 유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의 부활 증인으로 세우기 위해서, 남은 11 제자들이 택했던 사람이 마티아였다. 마티아는 예수께서 제자들과 더불어 공생활을 하시던 동안 줄곧 동행한 사람이라고 성경(사도행전 1,15-26)에서 소개되는 인물이지만, 사도행전 외에는 성경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예수의 부활은 나의 부활의 보증이라고 믿고 있다. 이 믿음은 내가 예수와 같은 삶을 살면, 내가 또 하나의 예수가 되면, 나 역시 예수를 따라 부활할 것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내가 예수의 부활 증인이 된다는 것은 내가 예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활이라는 것은 죽고 난 다음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예수 하나를 죽였더니, 또 다른 예수 열이 나타났고, 그 예수 열을 죽였더니, 예수 백이 나타났고, 그 예수 백을 죽였더니, 예수 천이 나타났다는 것이 예수 부활의 실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 부활의 장소는 저 2000년 전,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이 주인이었던 무덤이 아니라, 예수 따라 살려고 하는 내가 예수 부활의 장소다. 예수 부활을 믿는다는 것,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그래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던 예수께서 나를 통하여, 나와 함께, 내 안에서 예수께서 부활하셨다는 것을 믿는 것이요, 내가 또 하나의 예수가 되어 세상을 살아간다는 뜻이다.

예수 부활의 증인이 되는 길은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 메시지인 « 서로 사랑하라 »이다. 예수 부활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사랑 실천이 없는 믿음은 거짓 믿음이다. 예수님을 믿는 신자라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생활에서 사랑의 실천이 없다면 그는 엄밀한 의미에서 그리스도교의 신자라고 할 수 없다. 신자라 함은 믿음 자체에서가 아니라 사랑의 실천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원수까지 사랑하고, 벗을 위해서는 목숨까지도 바치라는 사랑의 계명을 주셨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사랑하기가 말처럼 쉬운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예수께서 원수를 사랑하고, 그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고,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내어주라고 하셨지만, 실제로 예수께서 대사제 안나스 앞에서 심문을 받고 있을 때, 경비병이 그의 뺨을 때렸을 때에는 왼뺨을 내어주는 대신, « 왜 때리느냐? »고 말씀하셨다.

벗을 위해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사랑, 사람이 되신 하느님마저도 힘드셨다. 겟세마니에서 당신의 아버지 하느님께 피땀을 흘리면서까지 기도하셨던 순간을 떠올려 보면, 벗을 위해 목숨을 내어 놓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상상이 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이 모든 어려움을 이미 다 알고 계심에도 불구하고, 예수께서는 « 서로 사랑하라 »고 하셨다. 이 명령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 적어도 이것 하나만은 확실하다. 사랑하는 척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에는 사랑하는 척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잘해주는 척, 매너 있는 척, 모든 게 진심인 척, 책임을 지는 척, 잊지 않는 척……이렇게 척하며 살아가는 이들, 그들은 이미지 메이킹에는 성공할 수 있겠지만, 결국 그런 척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있다. 바로 « 농락 »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적어도 사람을 농락해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렇게 가르칠 것이다. 그런데, 그 가르침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가? 서로 사랑하라는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 앞에 나의 위선의 옷이 발가벗겨진다. 나에게 오늘 복음은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 2024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9 1
143 2024년 5월 24일 연중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7
142 2024년 5월 23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6
141 2024년 5월 22일 연중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8
140 2024년 5월 21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7
139 2024년 5월 20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1 3
138 2024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4
137 2024년 5월 1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3
136 2024년 5월 16일 부활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5 2024년 5월 15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6
»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9
133 2024년 5월 13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5
132 2024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1
131 2024년 5월 10일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0 2024년 5월 9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9 2024년 5월 8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3
128 2024년 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12
127 2024년 5월 6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6 2024년 5월 5일 부활 제 6주일 생명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6
125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성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18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