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3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삶이 늘 흔들흔들거리니, 그 삶이 흔들리지 않게 해달라고 직접적으로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고, 적어도 성당이나, 예배당에 왔으니, 조금은 점잔케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내려달라고 청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는 것이 고달픈 사람들, 사람들로부터 특히 가족들로부터 고통을 당하는 이들, 주변 사람들, 이웃 사람들로부터 마음에 상처를 입는 사람들이 그 어떠한 물어뜯음과 상소리, 삿대질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곧 부동심不動心을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과 동일시해서, 그 믿음을 내려 달라고 아우성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은 이럴 때에 내려 달라는 것 아닐까? 어떤 때는 « 하느님 믿습니다 », « 하느님 고맙습니다 », « 하느님 사랑합니다 » 이런 말들을 쉬이 하다가도 삶의 조건들이나 상황들이 바뀌기가 무섭게 하느님으로부터 눈 돌리고 마음 돌려버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청해야 하는 것이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아닐까?

살아가면서 믿음을 버리고 싶은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느님이 참으로 무심한 분이라고 여겨질 때, 성직자나 수도자들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 신심단체에서 활동하다가 같은 신자들에게서 섭섭함을 느끼거나, 심지어 외면당하거나 소외 당했다고 느꼈을 때, 한동안 성당을 떠나고, 성직자, 수도자들을 떠나고, 하느님을 떠나 홀로 외롭게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삶의 그 어떤 순간에도 늘 주님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주님과 함께 화도 내고, 굴욕도 주님과 함께 당하면서도 살아가는 사람, 그런 사람의 믿음이야말로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의 끝부분에서 예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 « 용기를 내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소 ».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청하는 사람에게 주님께서 해 주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말씀이 이 말씀이 아닐까 싶다.

굳건한 믿음,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현세의 평안한 삶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런 믿음을 갖는다고 해서, 내 인생의 길이 16차선 왕복 고속도로처럼 뻥뻥 뚫리지도 않는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 예수 따라 사는 삶의 길은 세상의 힘겨움, 세상의 고통을 피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살기 좋은 세상에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어 오신 것이 아니다. 참으로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에, 짐승들의 밥통 위에 세상의 밥이 되려고 천주 성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강생하셨고, 세상에 참 양식을 주시기 위해, 세상을 살리기 위해 당신 자신을 내어 주시며,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당하셨다. 그런 그분을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부활시키셨다. 그럼으로써 그 삶의 방식이 참으로 당신 마음에 쏙 드는 것임을 천명하셨다.

삶이 팍팍할수록, 힘에 부칠수록, « 용기를 내시오. 내가 세상을 이겼소 »라는 이 말씀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또다시 서로 사랑하기 위해 발버둥쳐 보자.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삶을 두고, 하느님께서는 축복을 내리시고, 용기라는 은총을 듬뿍 내려주신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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