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을 받아라!

가톨릭부산 2024.05.16 11:46 조회 수 : 17

호수 2813호 2024. 5. 19 
글쓴이 윤준원 신부 

성령을 받아라!
 
 

윤준원 미카엘 신부
사하성당 주임

 
   오늘은 성령 강림 대축일이다. 우리가 받은 성령은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영이며,(창세 1,2)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불어넣어 생명을 주신 생명의 숨이시다.(창세 2,7) 그렇게 한처음에 인간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께서는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이 되시어 제자들에게 다시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신다. 창조 때의 숨은 이 세상에서 생명을 주는 입김이었지만, 오늘 예수님의 숨은 주님의 부활로 죄를 용서받은 우리가 천국의 새 인간으로 태어나게 하는 입김이다.
 
   어떤 교우 이야기이다. 그는 한 형제가 자기에게 한 일 때문에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괴로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지 않겠는가? 그는 신경이 예민해져서 잠도 못자고 소화도 안 되고 늘 짜증만 났다. 그러나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결국 주님께 빌었다. “주님, 제가 괴로우니 제발 용서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런 기도 중에 말씀이 들려왔다. “십자가를 끌어안아라. 사람이 어떻게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십자가를 끌어안고 보라.” 그 말씀을 듣고 그는 집에 있는 십자가를 가슴에 안고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문득 주님의 고통과 함께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다고 한다. 주님께서 온 세상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셨는데 내가 용서 못 할 일이 무엇이랴? 그는 십자가의 도움으로 용서할 수 있었다.
 
   오늘 십자가에서 부활하신 주님께서도 특별히 용서에 대해서 말씀하신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 이 말씀은 성령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능력이 용서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오늘 독서에서도 제자들이 성령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성령께서 그들에게 표현의 능력을 주셨으며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데, 언어가 다르지만 서로 말이 통하게 되었음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성령의 도움으로 서로 말이 통해서 대화를 하게 되었고, 화해하게 되었고, 결국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까 이 의미도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 다른 모든 것이 용서가 되었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어쩌면 성령을 받은 우리가, 주님으로부터 죄를 용서받고 천국으로 가려는 우리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용서라고 볼 수 있다. 
 
   오늘 이 아름다운 성령 강림 대축일에 주님의 성령을 다시금 묵상하며 나도 혹시 용서 못 하는 사람이 있다면 용서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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