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8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성경 전체는 아버지 하느님, 아들 하느님, 성령 하느님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신, 구약 성경 어디를 찾아 보아도 ‘삼위일체’라는 단어는 없다. 사실 ‘삼위일체’라는 단어는 1800여년 전, 떼르뚤리아누스라는 신학자가 만들어낸 말이긴 하지만, 성경이 증언하는 하느님은 3 신들이 아니라, 한 분이신 하느님, 아버지, 아들, 영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시는 한 분 하느님을 가리키는 단어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한 분이신 하느님에 대한 말씀을 들려준다. 흔히 아버지 하느님, 성부 하느님은 창조하시는 하느님, 아들 하느님, 성자 하느님은 구원하시는 하느님, 그리고 영 하느님, 성령 하느님은 성화하시는 하느님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마치 하느님이 세 분이나 계시고, 각각의 하느님은 시대에 따라서, 달리 나타나시는 하느님이라는 식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천주교 신자나 개신교 신도나 모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성경이 제시하는 대로 믿는다기 보다는 자기 나름대로 삼위일체를 이해해 버리는 경향들이 많다. ‘삼위일체’가 아닌 ‘삼신’이라고 이해해버리는 것이 훨씬 편하고 훨씬 쉽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여러분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습니다 »라는 구절은 삼위일체라는 단어가 눈을 씻고 보아도 없지만,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이 이런 분이심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이 대목의 말씀을 풀어보면, 하느님은 예수님에게 말씀을 주시고, 그 말씀을 예수께서는 삶으로 실천하고 드러내셨으며, 성령은 하느님과 예수님에 의해 파견되는 분으로, 부활 이후 공동체 안에서 말씀이 살아 있게 하여 예수님을 영광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예수님을 중심으로 성부 하느님과 성령 하느님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곧 삼위일체 하느님의 본질을 바로 이 대목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아버지, 아들, 영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 것은 모자라고 부족한 우리의 신앙의 높이에 당신을 낮추어주시는 하느님의 배려다. 하느님께서 굳이 아버지, 아들, 영으로 당신 자신을 드러내신 것은 세상의 구원을 위함이요, 하느님의 본질이 다름 아닌 사랑임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하느님은 삼위일체이시다’라는 말은 결국 하느님께서는 스스로 창조하신 이 세상을 그냥 내버려 두시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우리의 기쁨, 슬픔, 고통, 아픔 등을 나 몰라라 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고통과 아픔을 나누고자 하시는 하느님,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 바로 임마누엘 하느님이다. 이 임마누엘 하느님이 바로 다름아닌 삼위일체 하느님이다. 이러한 하느님을 우리가 믿고 있다는 것, 가슴 속이 뿌듯해오지 아니한가 ? 가슴 속에서부터 퍼져오는 뜨거움, 그 뜨거움이 바로 신앙이 가져다 주는 기쁨의 뜨거움이요, 우리로 하여금 새로 살고 싶게 해주는 희망의 뜨거움이요, 사랑이신 하느님을 닮아, 세상을 사랑하려고 하는 사랑의 뜨거움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사랑의 뜨거움을 우리에게 내려주시는 주님 찬미, 찬양 받으소서 !!!라고 외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