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천주교 신자나, 개신교 신자들 중에 죄인 콤플렉스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죄라는 의식에 너무나도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현대의학으로는 정신 질환자, 특히 강박관념자이고, 그리스도교의 영적 생활의 잣대로 볼 때에는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불신앙자不信仰者다.
 
우리는 세례를 받으면서, 성령을 받았고, 우리가 지은 죄들을 뉘우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 하느님은 회개하는 우리를 용서해주신다. 물론 용서받았다는 것과 죄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용서를 받았다고 해서, 죄에 대한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 나는 결코 용서받지 못한다 »는 마음을 가지고 늘 죄의식 속에 살아가는 이가 있다면, 그는 용서하시는 하느님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고, 예수님의 말씀처럼 « 성령을 거스르는 큰 죄 »를 짓는 사람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성령께서 오시면 죄와 의로움과 심판에 관한 세상의 그릇된 생각이 밝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하신다. 성령 강림이 일어나기 전, 죄는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이며, 구체적으로는 율법과 계명의 조문들을 어긴 것이었다. 악한 마음을 먹었다 하더라도, 율법과 계명의 조문만 어기지 않으면 죄로 여겨지지 않았다. 의로움은 철두철미하게 율법과 계명을 지키는 것이었다. 율법과 계명 때문에, 사람이 죽어나간다 하더라도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글자 그대로 지켜 내는 것이 의로움이었다. 심판은 율법과 계명의 조문들에 바탕을 둔 것으로 여겨졌다. 세상의 그릇된 생각은 죄에 대한 무지를 낳고, 의로움에 대한 째째함을 견고케 하며, 심판을 그저 처벌로 여기게 했다.
 
10개의 계명과 613개의 율법조항만을 가지고 유죄와 무죄를 논하고, 의로운지 불의한지를 판단한다면, 총 623개의 조문만 어기지 않으면 죄가 되지 않고, 불의하지 않은 생활도 누릴 수 있으며, 심판을 받더라도 무죄로 석방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는 법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그 사람은 법꾸라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게 되고, 법에 무지한 사람은 죄가 아님에도 자신이 죄인인양 죄인 콤플렉스에 빠져 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성령 강림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의 양부였던 요셉이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십자가형을 받고 목숨을 잃었던 예수님이 세상 구원을 위한 숭고한 희생과 사랑임이 확인되었다. 만일 성령 강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요셉은 자신과 약혼했던 마리아가 자신의 씨가 아닌 다른 씨를 받아 임신을 했던 사실을 숨겼다는 이유로 율법을 어긴 죄인이요, 불의한 사람 곧 불한당에 지나지 않는 존재로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의 탄생과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의미는 제대로 그 뜻이 알려지지 않은 채, 몇몇 사람들이나 그룹들이 비밀리에 전수하는 가르침 정도로밖에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고,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분을 기억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2천년전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내려졌던 성령은 우리에게도 내려졌다. 하느님을 거스르는 것이 죄라는 것은 성령강림 이전이나, 이후나 동일하지만, 어떤 생각이나, 말이나, 행동이 계명과 율법의 조항에 나오느냐 나오지 않느냐로 무조건 죄냐 아니냐가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 동기가 무엇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상참작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성령께서는 죄인은 무조건 처벌받아야만 하고, 버림받아야만 할 존재가 아니라, 용서받아야 할 존재라는 것, 그리고 그 용서는 하느님에 의해서 주어지며, 그 용서는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셨다.
 
죄는 짓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죄를 지었다고 낙심하지만 말고, 그 죄에 대한 회개를 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면, 하느님은 용서해주시고, 허물을 씻어내 주시며, 죄인에게 결백을 도로 주시고, 우는 이에게 기쁨을 도로 주신다. ‘죄-회개-용서-새로남’, 이 순서가 우리가 지상에서 경험하는 부활이 가져다 주는 기쁨이다. 용서받은 사람들이 모여 지금 봉헌하고 있는 이 미사를 통해, 이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여러분 모두에게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래 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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