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6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2천년이 넘어가는 세월 속에서 그리스도교는 시대에 따라 어떤 때는 순교를, 어떤 때는 수도생활을, 어떤 때는 청빈을, 어떤 때는 정결을, 어떤 때는 용서와 사랑을, 어떤 때는 정의를 강조해왔다.
 
자신이 진리라고 믿는 종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을 두고 순교라고 말한다. 박해시대에는 최고의 덕행이 순교였다. 선업을 쌓는 일도, 거룩함을 추구하는 일도, 순교를 넘어설 수는 없었다. 하느님의 향한 사랑과 열정의 끝판왕이 순교였다. 박해시대에 목숨을 바쳤던 신앙선조들은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건, 하지 않건, 순교 성인으로 여겨졌다. 박해시대에는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선택이 삶과 죽음의 선택과 동일한 것이었다. 그 시대에는 예수님을 믿는 것 자체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고, « 나는 하느님을 믿습니다. 나는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유일한 주님이요 구세주이심을 믿습니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는 것 자체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박해시대가 끝나고, 종교에 관한 자유가 보장되면서, 그리스도교의 역사 속에서 수도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종교 혹은 믿음 때문에 목숨을 내어 놓아야 했던 신앙선조들은 이제 목숨을 거는 극도의 고행을 추구하는 수도 생활을 통해,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드러냈다.
 
우리 시대는 적어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시대이기에, 신앙을 지키기 위해 박해시대 때처럼, 목숨을 내어 바치는 순교를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시대일뿐 아니라, 극도의 고행도 필요 없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상대주의라는 것이 만연한 시대이기에, 자기의 신념이 꽤 그럴 싸해 보이면, 진리라고 떠들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온갖 사이비, 이단들이 판을 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사이비나 이단에도 상도는 어기지 말자는 룰이라는 게 있었다. 기존의 종교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이거나, 비종교인들을 주요 선교대상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기존의 종교에 파고 들어, ‘추수꾼’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활동하고, 기존의 종교와 공동체를 파괴시켜 자신들의 거점으로 만들어 버리는 아주 악랄한 사이비, 이단들도 버젓이 종교랍시고 자신을 드러낸다. 신천지가 대표적인 사이비, 이단이다.
 
적어도 박해시대나 수도생활을 중시하던 시대에는 절대기준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우리 시대에는 모든 것을 상대화시켜 버리고자 하는 마귀들, 돈이 최고, 힘이 최고라고 하는 물신숭배자들과 권력숭배자들 때문에 « 예수 »의 이름을 부르고, 예수의 진리를 선포하며, 예수의 길,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쩌면, 박해시대만큼이나 어려울 수 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진리를 전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고, 어떤 때에는 죽음까지도 걸어야 할 만큼 어렵다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성령이 반드시 우리들의 뒷배를 맡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을 증언한다.
 
종교의 자유라는 그럴싸한 허울 뒤에 숨어 있는 악의 세력을 경계하는 일, 거짓 신을 받아 들이는 것을 경계하는 일, 기존의 정통종교의 가르침을 배척하고, 그러한 배척을 두고, 진짜 신에게 봉사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조심하는 일, 이런 일들 모두가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더더욱 성령이 간절히 요청된다.
 
나는 오늘 하루, « 오소서 성령이여 »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보내고 싶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고 싶으신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4 2024년 5월 26일 삼위일체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9 1
143 2024년 5월 24일 연중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7
142 2024년 5월 23일 연중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5 6
141 2024년 5월 22일 연중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8
140 2024년 5월 21일 연중 제7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2 7
139 2024년 5월 20일 연중 제8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1 3
138 2024년 5월 19일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4
137 2024년 5월 17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3
136 2024년 5월 16일 부활 제7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5 2024년 5월 15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6
134 2024년 5월 14일 화요일 성 마티아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9
133 2024년 5월 13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5
132 2024년 5월 12일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1
131 2024년 5월 10일 부활 제6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20 2
130 2024년 5월 9일 부활 제6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9 2024년 5월 8일 부활 제6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3
128 2024년 5월 7일 부활 제6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12
» 2024년 5월 6일 부활 제6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2 5
126 2024년 5월 5일 부활 제 6주일 생명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6
125 2024년 5월 3일 금요일 성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11 18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