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금요일 성 필립보와 야고보 사도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교회는 성필립보와 성야고보 사도 축일을 지내면서, 사도들을 기억한다. 한때 세례자 요한의 제자였었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는 그분의 제자가 된 필립보에 대해서는 요한 복음 12장과 오늘 복음에 나오는 필립보의 간청부분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야고보 사도의 경우,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중에 야고보라는 이름을 가진 분이 2분이 계시는데,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이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분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이다. 이분은 제1독서에서 밝히고 있듯이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났던 분이고, 신약성경의 야고보 서간을 남긴 분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두 사도를 함께 기념하고 있는 것은 로마에서 열 두 사도 대성전을 봉헌할 때 제대 밑에 두 성인의 유해를 함께 모셨다고 하는 전승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하느님 아버지를 뵙게 해 달라는 필립보의 간청에 “이미 아버지를 보여주었는데 무슨 말입니까 ?” 라고 말씀하신다. 사실 필립보의 간청은 많은 신앙인들이 똑같이 간청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필립보처럼 하느님 아버지 좀 보여 달라고 기도할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느님을 상상하며 그려낸다. 그것도 자신의 마음 속에서 가장 인상이 좋은 모습으로 말이다. 예를 들면, 흰 수염에 인자하신 아버지의 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그 하느님을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하느님과 동일한 분이라고 믿어 버리고 소위 신앙생활이라는 것을 한다.
 
그리고 그 하느님이라는 존재에다가 자기가 바라는 것들, 욕망들, 희망들을 송두리째 갖다 투사시켜 버리고는, 당신은 전지 전능하신 분이시니까 내가 요즈음 이러저러한 일들로 힘들어서 그러니까, 나를 구해내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기도도 하고, 묵상도 하고, 단식도 하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봉사활동도 하고, 그러면서 자기 딴에는 희생, 극기했다고,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정성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바라는 대로 무언가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때부터는 하느님을 미워하기 시작한다. 미움이 쌓이고 쌓이면, 냉담으로 이어지고, 나중에는 하느님은 없다라는 말까지도 서슴지 않고 해댄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런 하느님을 보기를 원하지 말고, 당신을 보라고 말씀하신다. 당신을 보면,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 다 알 수 있다고 하신다.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이루어가야 할 것을 채워주는 분이 하느님 아버지임을 천명하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어느 환자의 기도라는 시가 있다. 이 시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우리 모두가 가지기를 희망하고 싶다.


 
어느 환자의 기도
 
주님, 나는 당신에게 출세의 길을 위해 힘을 원했으나,
당신께서는 제게 순종을 배우라고 나약함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위대한 일을 하고 싶어 건강을 청했으나,
당신께서는 보다 큰 선을 하게 하시려고 병고를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부귀영화를 청했으나,
당신께서는 내가 지혜로운 자가 되도록 가난을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만인이 우러러 존경하는 자가 되고 싶어 명예를 청했으나,
당신께서는 나를 비참하게 만드시어 당신만을 필요로 하게 해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홀로 있기가 외로워 친구를 청했으나,
당신께서는 세상의 모든 형제, 자매들을 사랑하라는 넓은 마음을 주셔서
나로 하여금 모든 사람의 친구로 살게 해 주셨습니다.
 
주님, 나는 당신에게 내 삶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청했으나,
당신께서는 다른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하는 삶의 길을 주셨습니다.
 
비록 내가 당신께 청한 것을 하나도 받지 못하였으나,
당신께서 나에게 바라시던 그 모든 것을 주셨으니,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당신께서는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놀라운 것들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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