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12호 2024. 5. 12 
글쓴이 사회사목국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사회사목국(051-516-0815)
 
   죄 없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떠올리며,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면서 맞이하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를 드리다, 일상에서 용서를 얼마나 잘 실천했는지 돌아봅니다. 하느님 자녀의 권리인 것처럼 청원 기도는 쉽게 하면서, 의무인 용서는 잘 행했는지 생각해 보니, 십자가를 보기가 부끄러워집니다.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울먹이는 크리스티나 씨(65세, 가명). “그래도 딸이 살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라고 말하며 손을 잡아주는 본당 자매의 위로에 결국 눈물을 쏟아냅니다. 그런 어머니를 보던 딸은 고개를 떨굽니다.
 
   크리스티나 씨는 10여 년 전, 폭력과 외도를 일삼던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 3남매를 길러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자녀는 마음의 병을 얻어, 아들은 입대했다가 사흘 만에 퇴소 조치 되었고, 딸은 여러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하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녀는 녹즙 배달원으로 일하며,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자녀들을 돌보며 꿋꿋하게 생활했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헌신해 온 어머니를 먼저 생각했으면 좋았으련만, 크리스티나 씨의 딸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뚜렷한 직장을 얻지 못하고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낀 딸은, 집에 혼자 있던 틈을 타 자신을 해하려는 생각으로 번개탄에 불을 붙였습니다. 금방 잘못을 깨달아 도망친 덕에 다행스럽게도 목숨은 건졌지만, 심한 화상을 입었습니다. 전세로 살던 집은 전소하고 말았습니다. 화재 피해는 이웃까지 번져, 배상해야 할 금액이 1억 5천여만 원이 넘습니다. 기존 전세금 5천만 원과 크리스티나 씨의 경제 사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
 
   흐느끼는 어깨에 그날의 선택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이 무겁게 내려앉아, 딸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합니다. 빨리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지만, 40일 넘게 입원했던 병원에서는 아직 몸과 마음 모두 치료가 필요한 시기라며 구직을 만류합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가장 닮아있다는 어머니의 사랑으로, 크리스티나 씨는 감당하기 힘든 부담에도 불구하고 “딸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라고 말합니다. 다만 딸은 자신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주님께서 사랑으로 제2의 삶을 허락하신 주님의 연약한 자녀가 세상으로부터 용서받도록, 그리하여 자신을 용서하도록, 나아가 우리 역시 주님으로부터 우리 죄를 용서받도록, 넓은 마음으로 이 가정에 사랑을 전해주시기를 기도해 봅니다.
 
신협 131-016-582122 
부산 101-2017-0218-01
(예금주 : 천주교부산교구)
 
5월 주보사연 삽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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