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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사진: 세월호 참사 10주기


[ 머릿글 ]

<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 >

차광준 다윗 신부 (요셉) 신부 / 울산대리구 사회사목담당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마르 2,27)

가톨릭교회는 십계명을 신앙생활의 기본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십계명의 제3계명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계명은 바로 안식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유대인의 율법에서 기원합니다. 보통 3계명에 대하여, 주일 미사에 빠지지 말고 참여해야 한다는 단순한 이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3계명의 의미는 사실 노동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지침입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 평화위원회 2024년 노동절 담화문에서는 안식일의 역할을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고 모든 종류의 착취에서 인간을 막아 주는 것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노동절 담화문의 내용에서처럼, 3계명의 의미, 곧 안식일의 의미는 노동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거룩한 노동이 될 수 있도록 하는 휴식’(안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노동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노동하는 삶뿐만이 아니라 휴식하는 삶 또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주 52시간의 노동 시간을 정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각에서는 주 5일제를 넘어 주 4일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하는 것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노동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하기 위한 휴식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노동을 생산 활동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시각에서는 노동은 물질 가치 생산을 위한 인간의 활동으로 정의해 왔습니다. 하지만 노동은 단순히 물질 가치만을 생산하기 위한 인간 행위가 아닙니다. 노동은 인간이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인간 존재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표현 방식 중의 하나입니다. 노동하는 삶을 통하여 인간 스스로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표현할 수 있다면, 살아있는 존재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 중에 휴식이라는 방식으로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사회는 노동은 경제적 활동, ‘휴식은 비경제적 활동이라는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휴식이 보장될수록 경제력이 약화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유를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인간이 깨어 있을 때만 살아 있는 것일까요? 잠들어 있을 때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요? 잠 또한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오히려 잠을 자지 않으면, 인간의 건강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됩니다. 이처럼 노동할 때만 인간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과연 휴식할 때는 인간의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인가요? 따라서 노동과 휴식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서 동등한 가치를 대접받아야 합니다. 잠 잘 자는 사람이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잘 쉬는 사람이 잘 일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라는 말은 많이 들어 봤지만, 열심히 쉬라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 열심히 쉬자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휴식을 제대로 보장받는 노동자만이, 안전해지고 보람 있게 자기 노동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교회는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는 계명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안식일은 바로 모든 노동을 마치시고 휴식하셨던 창조주 하느님의 곁에서 함께 휴식하는 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참된 휴식은 주님의 품 안에서 평화의 기쁨을 얻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 노동사목 이야기 ]

< 공감 : 共感 >

전 주 현 (율리안나) / 부산본부 노동안전팀장

노동절이 있는 5월이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가 노동안전팀장으로서 노동사목에서 일한 지 어느덧 2년이 되었습니다. 머물렀던 시간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 저는 어ᄄᅠᆫ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전했는지에 대해 곱씹어 봅니다. 제 쓸모를 다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면 매우 부끄럽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취급하는 정부의 정책을 접하면 그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큽니다.

이번 글은 공감 : 共感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혹시 성격유형검사를 해보신 적 있을까요? 저는 검사 결과 공감 능력이 매우 높은 감정형 인간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공감 능력은 참으로 소중하지만 때론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대학 시절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을 접했을 때를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일을 하며 죽을 수 있다는 감각을 느낀 때입니다. 한동안 제가 이용하는 모든 것이 핏물로 번지곤 했습니다. 높은 건물을 볼 때 당시 현장에서 몇 명이 다치고 죽었을까에 대해 생각했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매일 등교하는 지하철 내부가 피로 번지곤 했습니다. 타인은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처음 상담업무를 맡았을 때도 상담이 끝난 후 외국인 노동자의 고된 삶에 대한 미안함으로 하루를 멍하게 지낼 때도 많았습니다. 업무의 영향이 일상으로 이어졌고, 이렇게 편안하게 살아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동시에 행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혼자 문제에 대해 골몰했고, 사람들을 만나면 잘 웃지 못하는 가벼운 농담도 할 수 없는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 상태로는 누구에게도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상대의 아픔에 덜 공감 해보기로 했습니다. 상대가 마주한 상황을 외면하지 않되 객관적으로 상황에 적합한 지원을 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제가 마주하는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들을 도움이 아닌 이해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지원하는 베트남, 필리핀, 동티모르 친구들이 살던 땅의 역사와 문화, 언어를 알아가고, 베트남 신부님, 수녀님을 통해 조금씩 베트남어도 배워가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이 일을 하며 침해당한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전문지식도 꾸준히 익히고자 합니다. 매일 꾸준히 습득하고 있다는 감각이 그들을 마주할 때 힘을 가지고 대화할 수 있게 했습니다.

아주 부족하고, 모자랍니다. 채워야 할 것이 정말 많지만, 오히려 하느님께서 제게 맡기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전부 알지 못하더라도 제가 함께하는 이들의 눈을 마주하며 절망하지 않고, 서툴러도 제가 머무르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알더라도 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나아가겠습니다.

묵묵히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노동사목 식구들 항상 존경합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저희 노동사목의 활동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노동과 법 ]

< 임금지급의 보장(2) >

전 시 춘 (율리오) / 노동법 교수

지난 호에서는 임금은 통화 즉,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화폐로 지급하여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직접지급의 원칙에 대해 설명한다.

2. 직접지급의 원칙

직접지급의 원칙은 임금을 근로자 본인 이외의 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직접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의 취지는 직업중개인 등의 대리 수령에 의한 중간착취 폐습을 방지하고 친권자후견인 등의 대리 수령에 의한 임금 착취의 폐습을 배제하고자 하는 데 있다.

직접지급의 원칙과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첫째, 근로자의 채권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허용되느냐와 둘째, 임금을 은행 계좌로 지급하는 것이 직접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느냐 하는 것이다.

임금채권의 양도

근로자가 단골식당에 외상값이 있다거나 사채업자 등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렸음에도 돈을 갚지 않는 경우에 식당 사장이나 사채업자 등의 채권자가 근로자의 임금을 채무변제용으로 대신 받아 가는 경우가 문제 된다.

이러한 것이 허용되어 근로자의 채권자가 직접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하면 임금의 대리 수령도 금지할 근거가 없으며 직접지급의 원칙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따라서 채권자 등이 청구하더라도 사용자는 이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으며, 임금은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채권자 등이 임금을 대신 받아 가는 것에 동의했다(이를 임금채권의 양도라 한다)고 하더라도 사용자는 임금을 채권자에게 지급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여 사용자가 채권자에게 임금을 지급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은행 계좌로 입금

1990년대 후반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을 현금 봉투가 아닌 은행 계좌로 입금하는 회사가 늘어났으며, 오늘날에는 대부분의 회사가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은행 계좌로 입금하고 있다.

은행 계좌로 입금하는 것이 직접지급의 원칙에 어긋나느냐 하는 것이 문제 될 수 있는데, 선원법 제52조 제3항에서는, “선원이 청구하거나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가 지정하는 가족이나 그 밖의 사람에게 통화로 지급하거나 금융회사 등에 예금하는 등의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해상노동에 종사하는 선원에 대하여 직접지급의 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반대로 해석하면 근로기준법에서는 선원법과 같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므로 은행 계좌로 입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실무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은행 계좌로 입금하고 있으며, 행정해석도 사용자가 임금 정기지급일 이전에 금융기관에 근로자의 임금 전액을 불입하여 근로자가 즉시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면 무방하다고 하고 있다.

금융제도가 발달한 현대에는 임금을 은행 계좌에 불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은행 계좌로의 입금이 통화가치를 저하한다거나 근로자에게 불편을 준다거나 하는 점이 없으므로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방지하기 위하여 근로자가 지정하는 본인 이름의 예금계좌에 입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금채권 압류자에게 지급한 경우

채권자 임금채권을 압류하여(민사집행법 제246조 제4호에서는 임금 총액의 2분의 1 범위에서 압류를 허용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경우에는 사용자는 이에 따라야 하며, 이에 따라 사용자가 채권자에게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직접지급의 원칙에 위반하지 않는다.

. 대리인에게 지급한 경우

직접지급의 원칙을 위반하여 근로자의 대리인이나 채권자 등에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에 사용자는 법 위반의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 지급 자체의 민사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채권자가 사용자로부터 받은 임금을 근로자의 채권변제로 충당한 경우에는 변제받을 권한이 없는 자[=근로자의 채권자]에 대한 변제는 채권자[=근로자]가 이익을 받은 한도에서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민법 제472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다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근로자는 임금을 지급받지는 못했지만, 지급받지 못한 임금 상당액의 채무가 변제되는 이익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리인이 지급받은 임금을 근로자 본인에게 인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논리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다시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대리인이 지급받은 임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착복한 경우에는 근로자는 아무런 이익을 받지 못하였으므로사용자가 대리인에게 임금을 지급한 것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으며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다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 사용자는 대리수령인에게 지급한 금전에 대해서는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여 대리수령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다.

(다음 호에서는 임금은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원칙에 관해 설명하기로 한다.)

[ 노동현장이야기 ]

< 안전이 보장된 일터와 사회를 위하여.. >

김 도 아 (프란체스카) / 부산본부 사무국장

제가 가지고 다니는 가방에는 네 가지 색깔의 리본이 달려 있습니다. 세월호, 스텔라데이지호, 오송지하차도참사 , 이태원 참사에 이르기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 동안 늘어난 네 개의 리본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복잡해집니다. 리본으로 기억되는 네 개의 참사 이외에 크고 작은 참사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반복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부산지역에서만 매년 4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인해 사망합니다. 올해는 벌써 12분이 사망하셨습니다. 이러한 사고가 매년 되풀이 되는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산업재해와 관련된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은 자본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태도에 관련한 것입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 노동력으로만 바라보는 태도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숫자 특히 이윤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문제를 드러내기 보다는 은폐하고,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그저 덮어두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그것이 더 적은 비용을 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본가와 기업가의 눈치를 보는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중요시 하지 않습니다. 노후선박의 유예기간을 늘려준 정부, 이윤을 늘리려고 노후선박을 무리하게 개조하는 것도 모자라 화물을 신고 이상으로 과중하게 적재한 기업, 두 차례나 증축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선박 설비 안전 검사기관인 한국선급. 이들 모두가 세월호 사고를 일으킨 공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이후에 구조 활동에서부터 무능함을 드러낸 국가가 제대로 된 원인규명도, 처벌도 하지 못하고 흘려보낸 시간들은 스텔라데이지호를 낳았습니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제대로 숨도 쉴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제대로 책임지는 이가 없습니다. 2020년 부산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난 후 매뉴얼보완과 대응체계 정비를 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낳았습니다. 가해자는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하고, 책임자는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채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고통 받는 시간들을 단호히 매듭짓지 않는다면 언제 또 다른 참사로 이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국민들이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울타리를 만들고 그 울타리를 튼튼하게 정비하며 울타리를 훼손하는 이에게 처벌을 내리는 일이 바로 사회안전망이며 국가의 당연한 의무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여 엄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또 다른 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시작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국가는 국회와 노동부와 사법부는, 그러한 의무를 다하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신히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처벌하지 않는것도 모자라 유예와 개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과 근로기준법에 이르기까지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적용에서 제외됩니다. 모든 노동자는 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과 안전은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동등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리고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보호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지난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부산역 광장에서는 중대재해 및 사회적 재난 참사 사진전과 함께 부산지역에서는 최초로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었습니다. 20224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8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DL이앤씨, 2013년부터 2024년까지 반복적인 중대재해로 6명의 노동자를 사망케 한 삼정건설(),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11명 이상의 집단적인 직업성 폐암을 발생시킨 부산광역시교육청이 선정되었습니다. 안전한 일터와 사회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중대재해와 사회적 재난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해야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원인규명과 투명한 공개, 진심어린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모두 이루어졌을 때, 안전한 일터와 안전한 사회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노동자 시민의의 생명과 안전을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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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절담화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24년 노동절 담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마르 2,27)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근본정신을 권위 있게 이렇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곧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는 이를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의 노예가 되지 않게 하고 모든 종류의 착취에서 인간을 막아 주는 것이 안식일의 역할이라고 가르쳐 왔습니다(간추린 사회교리, 258항 참조).

사회에는 다양한 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법의 근본 목적은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을 수호하고, ‘가장 약한 이들을 보호하며, ‘공동선을 실현하고 증진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근본 목적은 반드시 추구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국가 공동체는 특히 노동자들과 같은 약자, 여성과 어린이들의 권리를 맨 먼저 보호하고,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여야 할 의무를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어머니요 스승, 20)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더 나아가 그 누구도 인종, 국가, 성별, 출신, 문화, 계급, 성별, 종교 등의 이유로 법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하느님과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피조물이니만큼 동등한 존엄성을 지니기 때문입니다”(간추린 사회교리, 144).

그런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노동자 사이의 차별, 그리고 그 차별의 근거가 되는 법과 제도가 있습니다. 먼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주요 선진국에는 노동자 수를 기준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행 노동 관련법에는 절대 숫자 ‘5’가 존재합니다. ‘5인 미만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부당 해고를 당하여도 구제 신청을 할 권리가 없습니다. 최대 노동 시간 한도인 주 52시간을 넘겨 일을 하여도 법적 제재가 없을 뿐 아니라, 연장·휴일·야간 가산 수당 그리고 연차 휴가도 받을 수 없습니다. 또한 2021년에 제정되고 최근 50명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된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 재해 처벌법)의 대상에서도 이들은 배제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약 18퍼센트를 차지하는 약 370만 명의 노동자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들 가운데 여성 노동자가 190만 명, 비정규직 노동자가 223만 명, 55세 이상의 노동자가 117만 명, 그리고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102만 명으로, 인간으로서 그리고 노동자로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연합뉴스, 2022511일 참조).

국적에 따른 차별도 존재합니다. “취업과 직업은 원주민과 이주민에게 모두 한결같이 부당한 차별 없이 허용되어야”(가톨릭 교회 교리서, 2433)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는 보편적 인권을 거스르는 이른바 강제 노동으로 의심될 수 있는 규정이 있습니다. 곧 이주 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어도 사용자의 동의 없이는 근로 계약을 자유롭게 해지할 수 없는 규정이 그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계약 해지와 사업장 변경 과정에서 강제 출국을 당할 위험이 있어 온갖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하여야만 합니다. 실제로 일부 사용자는 이러한 상황을 이주 노동자를 통제하는 데 악용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용자와 이주 노동자 사이의 고용 관계는 동등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 사업장 변경의 조건마저 권역별로 제한한 까닭에 이주 노동자는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등과 같은 인간 기본권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적 제도적 논의와 그 적용에서도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최저 임금에 관한 논의와 결정 과정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거론하고 싶습니다. 최저 임금은 단순히 시급이나 월급에만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최저 임금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 정책 예산뿐 아니라, 실업 급여와 산재 보상 급여, 출산 육아 급여와 기초 연금 그리고 수많은 사회 보장 제도의 책정 기준인 까닭에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그 결정 과정이 과연 인간 존엄성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또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남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입니다(노동하는 인간, 11항 참조). 만약 노동자와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삶의 증진 그리고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서가 아니라,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이해관계와 행정적 편의성을 우선하여 결정된다면,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법은 공동선과 평화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객관적 기준입니다. 그러나 법은 그 제정과 집행 과정에서 권력에 의하여 사유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법의 제정과 적용이 이윤의 극대화라는 자본주의의 욕망에 지배를 받을 때, 법은 더 이상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차별과 억압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불의의 칼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를 경험하여 왔고 또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과 불의의 상황에서 우리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그들과 끊임없이 연대하여야 합니다. 나아가 노동자들을 차별하는 불의한 법 제정과 집행을 개선하고자 노동자와 함께 노력하여야 합니다.

노동절을 맞이하여 정당한 권리 요구와 증진을 위하여 힘쓰는 모든 노동자와 연대하며 그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또한 안식일의 근본정신이 가르쳐 주듯이,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과 약자의 권리 보호 그리고 공동선 실현을 위하여 헌신하며 법을 제정하거나 집행하는 모든 이를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노동자 예수님, 그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노동자의 수호자이신 성 요셉,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202451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선태 주교

[내용출처 - https://www.cbck.or.kr/Notice/20242147]

[ 일과 시선 ]

< 평화 >

세계의 모든 어린이는 사랑이며 평화입니다.

일과시선 (평화) 세계의 모든 어린이는 사랑이며 평화입니다..JPG

장영식 (라파엘) / 사진가

[ 노동사목 사업안내 ] 전국 노동사목 신학생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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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한 일 ]

20244월 바자울 미사 (4/25)

지난 25, 4월 바자울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번 바자울 미사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부산지역 1-4월 산재사고 사망자 12명을 기억하고 추모하며, 지난 3월 선종하신 이강로 요셉 선배님의 영원한 안식을 위하여 위령기도를 봉헌했습니다. 기억에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기억의 힘을 바탕으로 추모와 연대를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갈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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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서위조 및 사문서행사 경동건설 규탄과 엄벌촉구 기자회견 (4/17)

경동건설은 중대재해로 인해 정순규(미카엘)님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도 모자라, 재판과정 중 고인의 필적을 위조하여 안전관리책임자 문서를 만들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여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자 시도했습니다. 이를 규탄하기 위한 타원서에 지난 327일부터 417일까지 16천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해주셨습니다. 417일 책임자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개최하고 모인 탄원서를 접수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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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건강검진 (4/28)

지난 28일 노동사목센터에서 대한결핵협회와 연계하여 12시부터 16시까지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건강검진을 실시하였습니다. 이번 건강검진은 베트남, 영어, 동티모르 공동체의 127명이 참여했고, 1층에서 문진표 작성 및 혈압검사 후 2층에서 흉부 X-RAY, 혈액검사, 소변검사 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검진 결과 이상이 있는 친구들은 도로시의 집과 연계하여 추적 관찰 및 2차 병원으로 전원하여 치료와 후속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

이 외 활동

4/1()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쟁취 민주노총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 부산고용노동청

4/2()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집행위회의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4/3() 노무법인 유닉스 업무협약 / 센터

4/4() 이태원참사유가족 부산대행진 / 서면일대

노동사건지원 / 부산고용노동청

4/7() 양산,웅상 영어공동체 1분기 노동법교육 / 양산성당, 웅상성당

4/8() 의료지원 / 부산의료원

4/9()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회의 / 부경울 열사회

노동사건지원 / 북부고용센터

4/11() 의료지원 / 동아대학교병원

노동사건지원 / 양산고용노동청, 부산고용노동청

전국실무자회의 / ZOOM

4/13() 청소년노동인권교육 / 당감성당

4/14() 베트남 공동체 체육대회 / 삼락생태공원 축구장

부산영어공동체 1분기 노동법 교육 / 사상성당

4/16(중대재해 및 사회적 재난 참사 사진전 / 부산역광장 

2024 부산지역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 부산역광장

4/17()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회의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호 공판 /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4/18() 이주사목연대 회의 / 엠마오의 집

사문서위조·행사 경동건설 규탄 기자회견 / 부산지방검찰청

4/22() 의료지원 / 동아대학교병원

노동사건지원 / 북부고용노동지청

4/23~24 노동사목 부산본부 엠마오 / 밀양

4/25() 의료지원 / 메리놀병원

노동사건지원 / 양산고용노동청

바자울미사 / 센터

4/26() 중대재해신속한수사와처벌 및 산재노동자치료받을권리침해중단촉구 부//경 합동기자회견 / 부산고용노동청

차별철폐금지법제정 부산연대 회의 /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4/28() 무료진료소 도로시의 집 건강검진 / 도로시의 집

4/29() 노동사건지원 / 양산고용노동청

의료지원 / 동아대학교병원

4/30() 서면시장번영회지회 중식선전전 / 서면시장

심리치유모임 /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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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바자울 소식지 2024 바자울 소식지 7월호 file 노동사목유동현마르코 2024.07.2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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