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여라
하루 하루를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나의 큰 바람이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화로이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 마저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이요 행복이라 생각하지만, 사랑하기를 힘들어 하고 두려워합니다. 모두가 사랑하기를 원하지만, 그 모두에게 사랑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갈망하는 우리에게 오늘 요한복음은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오늘 요한복음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남겨 주신 새로운 계명을 전해줍니다. 그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사랑은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것’이라는 주님 말씀을 전해줍니다. 이런 주님 말씀을 묵상해 보면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랑은 서로의 관계를 바꾸어 줍니다. 주님의 사랑은 우리를 당신의 종이 아니라 친구가 되게 하십니다. 참으로 사랑하고자 한다면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참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친구로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나는 사랑이라 여기지만 상대방에게는 억압과 구속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친구’가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그렇게 쉽게 변하고 쉽게 부패하는 것은 친구로 여기지 못해서 입니다. 사랑은 무엇을 베풀어 주거나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주기 보다는, 같은 자리에 서고 같은 아픔을 느끼며 같은 입장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산을 주는 것보다 같이 비를 맞는 것이 더 큰 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랑은 동등한 자리에서 벗이 되는 것이고, 주님은 우리를 벗이라고 부르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둘째로 사랑은 “목숨을 내놓는 것”입니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고 전부를 내어 놓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서 전부를 내어 놓았습니다. 물론 주님께서는 당신이 하시는 대로 우리가 전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인간이 자기 목숨을 내놓고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자기 목숨까지는 아닐지라도 자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자기를 희생하지 않고서는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주님께서는 가르쳐 주십니다. 자기 목숨까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자존심은 내려 놓아야 합니다. 사랑은 그렇게 포기하고, 내놓고, 희생하고, 손해보면서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은 사랑”이심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사랑은 인간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하느님이 사랑이시라는 것을,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이해하고 체험하는 사람이 참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단순히 감정의 움직임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없이 사랑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자기 자신 전부를 내거는 모험이고, 이런 모험은 신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하느님을 압니다.
우리를 친구라 불러주시며 우리의 처지와 품위를 높여주신 예수님의 사랑, 우리를 위해 당신의 전부를 내놓으신 주님의 사랑을 기억합시다. 주님의 크신 사랑을 배우고 닮아 하나씩 우리 삶이 변할 수 있기를 기도합시다. 오늘 모든 부부들이 더욱 더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모든 가정들이 주님의 사랑을 배우고 더 깊이 서로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 공동체 모두가 서로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우리가 싫어하고 미워했던 그를 다시 사랑할 수 있기를 주님께 기도합니다. 오늘 주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 깊이 새겨지기를 기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