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수요일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대한민국의 대다수 언론은 노동자들의 실제 노동시간은 언급하지 않고, 이들의 높은 임금만 거론하면서 사회적 반감을 부추겨 왔다. 흔히 말하는 귀족노조에 걸맞는 임금을 받으려면 주야간 교대근무와 날마다 계속되는 잔업, 거기다 격주로 특근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잔업과 특근을 기꺼이 수용한다.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 잔업과 특근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쓸 줄을 몰라서, 가정에서 왕따 당할까 두려워서 기꺼이 수용한다. 회사측에서는 설비의 확충이나, 인력 충원은 최소한으로 하고, 노동시간과 강도를 늘려가면서 이윤을 극대화한다. 회사측은 그렇게 극대화시킨 이윤에서 소위 조금 더 큰 « 콩고물 »을 노동자들에게 선심 쓰듯이 준다. 그리고는 노동자들을 길들인다. 참으로 대단한 당근과 채찍이다. 임금은 늘어나겠지만,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들은 하나씩 둘씩 자발적으로 혹은 반강제적으로 포기 당하고, 마침내는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한다. 이런 식으로 길들여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대우를 당연시하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여기게 되고, 분배 정의에 대한 생각들은 꿈도 못 꾸게 된다.

게다가 5인 이하의 사업장에서의 노동자들, 5인 미만의 사업장을 전전해야 하는 취약계층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노동자들 가운데, 약 250만명이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 일한다. 그들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이렇게 명시한다: «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 그래서 « 법대로 하자 »고 따져도 유리한 것은 사장이다.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제한, 연장·휴일·야간노동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무,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 주요 조항들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이들은 일탈을 꿈꾼다. 힘 안들이고 성공하는 길, 머리를 잘 굴려 대박이 나고 좋은 곳에 땅 사고, 투기 잘 해서 일 년치 노동보다 더 큰 부를 창출하기를 꿈꾼다. 비트코인해서 돈 벌었다더라, 미국 주식해서 돈 벌었다더라, 파생결합증권이 더 수익이 좋다더라, 선물 매매가 더 짭짤하다더라, 방카슈랑스라고 하는 연금보험이 더 안정적이라더라는 말들을 들을 때면,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신경이 그런 쪽으로 훅하고 쏠리기도 한다. 그런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것이 부끄러움을 넘어 서서 죄스러운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참으로 불행하게도 노동의 목적이 쉼이 아니라, 돈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노동의 품위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품위를 헌신짝 버리듯 내팽겨쳐 버린 세상은 돈지랄에 미쳐 버린 세상으로 폭주하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풀어 주고, 무엇이든 다 갖다 바치고, 무엇이든 다 희생해도 괜찮다는 생각들이 생명 경시를 낳았고, 사회적 대참사라는 비극도 낳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노동의 완성은 쉼이다. 창조의 완성이 쉼이듯이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창조하여 만드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그리고 이렛날에 복을 내리시어 그날을 거룩하게 하셨다. 이날이 안식일이다. 모든 일을 완성한다는 것과 쉬는 것이 같은 것이다. 거룩한 날과 쉬는 날이 같은 것이다. 이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서, 1866년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은 총파업을 결행했다. 오늘 5월 1일, 메이데이, 노동절이다. 노동절은 하루 노동 시간을 8시간으로 할 수 있도록 미국 노동자들이 전개한 1866년 5월 1일 총파업을 기념하는 날이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노동절은, 노동자들의 수호 성인이신 성 요셉의 축일은 노동자들이 그저 덤으로 하루 쉬는 날이 아니다. 100여년 전 1일 노동시간 8시간 준수를 외쳤던 이들, 노동자도 사람이라는 것을, 그 어떤 물질적 풍요로움도, 그 어떤 생각이나 사상이나 이념도 사람 위에 둘 수 없다는 진리를 외쳤던 사람들, 그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정신을 오늘날에도 계승하자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어금니 꽉 깨무는 날이다. 오늘 5월 1일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5월 1일 메이데이는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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