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 나는 포도 나무요, 너희는 가지로다 », 아무런 생각 없이 콧노래로 흥얼거리던 이 노래가 오늘 복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오늘 복음이 정말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나서부터 나는 이 노래를 더 이상 콧노래로 흥얼거리지 않는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는 잘려져 불에 던져질 뿐이라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며, 이 진실은 참으로 무서운 진실이다.
 
나무에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들은 은근히 많다. 예수께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밥으로 내어 놓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에, 사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 저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라는 말로 불평, 불만을 쏟아내었다. 정말로 예수의 말씀이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예수의 말씀은 자신들의 삶의 방향을 전환케 하고, 삶의 태도를 바꾸어야 하는 회개를 요구하는 말씀이었기 때문이었다. 회개 !!! 회 많이 먹고, 개고기 많이 먹는 것이 회개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귀찮고,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물질적인 부귀 영화를 과감하게 버려야 하고, 목숨까지도 내어 걸어야 하는 것이 회개다. « 저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라고 투덜거리며, 예수를 떠났던 이들은 어중이 떠중이들이었고, 오늘 복음이 말하는, 나무에 붙어 있다 하더라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들이다.

나자렛 사람 예수를 주님이라고, 구세주라고,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라고 믿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고자 하면, 그런 믿음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며 살 수도 있다. 이미 예수께서는 이에 대해서 명쾌하게 말씀하셨다: « 세상이 여러분을 미워하거든, 여러분보다 먼저 나를 미워하였다는 것을 기억하시오(요한 15,18) ».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서만 미움을 받으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가족에게서도 미움을 받을 수도 있고, 심지어 나 자신 안에서도 미움이 생기기도 한다. 내 성미나 내 욕망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과 그리스도의 말씀대로 살고자 하는 마음 간의 갈등과 충돌이 생긴다는 말이다. 사실, 예수를 주님으로, 그리스도로 믿고 살아 가는 삶은 그저 어떤 하나의 학문이나 지식 전달이나 배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말과 삶을 하느님의 뜻에 따르는 삶으로 바꾸는 일, 삶의 전환과 회개를 요구하는 삶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온 관습적인 삶에 풍파를 일으켜 놓기도 한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결국 오늘 복음과 독서가 우리에게 전하는 바는 « 신앙인의 행동 »에 관한 가르침들이다. 신앙인은 제 하나 잘 살자고, 제 한 몸 안일하자고, 제 한 가족 평안하자고 예수를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의 길을, 예수의 삶을 따라 살아 보겠다고 하는 사람, 예수라고 하는 포도 나무에 가지로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으려고 안간 힘을 쓰는 사람이다.

그 길은 그리 쉬운 길이 분명 아니다. 편한 길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을 걸어 보겠노라고, 두 주먹 불끈 쥐어 보면, 알게 된다. 포도나무가 그 가지들에 생명을 공급하고, 그 가지들에 열매를 맺게 하듯이, 그 길을 걸어가는데 필요한 힘과 지혜와 용기를 주님이신 그리스도께서 공급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최후 만찬에서의 주님의 말씀을 들려 드리면서, 오늘 강론을 끝맺고자 한다.

« 받아 먹으시오. 이는 여러분을 위하여 내어주는 내 몸입니다. 받아 마시시오. 이는 여러분을 위하여 내어주는 내 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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