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 토요일 이대성 요한 장례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온 세상을 하얗게 하는 것이 한겨울의 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스한 봄날 흐드러지게 핀 벚꽃들도, 봄이 지나감을 알리는 이팝나무의 이팝꽃들도 온 세상을 하얗게 한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온갖 생물들이 태어나고, 자라고, 열매를 맺고, 마침내 자신들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각각의 생물은 적어도 한번 이상씩은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온 세상에 드러낸다.
 
나는 이대성 요한 형제님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형제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하고, 3분의 신부님들로부터 장례미사에 참석하겠다는 전화도 받으면서, 형제님도 살아 생전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드러내셨고,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이들이, 특히 형제님 연배의 사람들이 아주 먼 길, 얼마나 좋길래 그 길에 올라선 이들은 다시는 이곳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그 어딘가로 떠나는 형제님을 배웅하려고 많이 몰려 들것 같다고 나는 예상했다.

함석헌의 시,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 순간이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다. 온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다.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다. 그 사람은 유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동참하려 여기 이 자리에 계시는 모든 분들, 형제님의 벗들이다.

그러니 요한 형제님, 이제 맘 편히 주님 곁으로 떠나소서.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영겁의 시간 속에서 잠시 헤어짐을 슬퍼하지만, 머지 않은 훗날 다시 저 하늘에서 만날 것을 믿고 희망하고 또 그렇게 알고 있으니, 맘 편히 주님 곁으로 가소서.

삶과 죽음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 부활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이요, 구세주로 믿으며 영원한 생명을 희망해 온 당신의 아들 이대성 요한을 이제 당신 손에 맡기오니, 그의 소소한 잘못들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그가 따스한 당신 품 안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소서. 남아 있는 저희는 당신의 너그러우심을 본받아, 혹 있을지 모를 요한 형제의 허물을 용서하겠나이다.

이대성 요한 형제, 맘 편히 주님 곁으로 가소서.
주님, 이대성 요한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죽은 모든 이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김광석 노래, 부치지 않은 편지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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