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요일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레아



        오늘 4월 25일,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이다. 마르코는 폭넓고 개방적인 사람이다.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온 인류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마태오 복음서와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마태오 복음서는 이스라엘 내에서 살고 있던 백성들을 주 대상으로 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절대절명으로 지켜야 하는 십계명 가운데, 제 2계명,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 때문에, « 하느님 나라 »라는 명칭 대신에, « 하늘 나라 » 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서에는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셔서 구원의 도구로 쓰시고자 하셨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스라엘 백성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이야기들이 다른 복음서들에 비해서 많이 나온다.
 
이에 반해서, 마르코 복음사가는 온 세상 모든 민족이 복음을 믿어 다 함께 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이스라엘 백성은 예수님의 정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과 함께 지내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제자들조차도 예수님의, 죽고 부활하시리라는 예언의 말씀을 알아듣지 못했다고 고발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유다인들보다는 오히려 이방인들이 복음의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까지 말한다(마르 12,9). 심지어, 이방인들을 신앙인의 본보기로 제시하기도 했다(7,28; 15,39). 예컨대, 십자가 위에서 예수께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 그 십자가에 매달린 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알아본 이는 유대인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백인 대장이었다고 마르코 복음사가는 보도한다.

다른 한편, 마르코 복음사가는 마르코 복음 1장 1절에서도 드러나듯이, 성자 하느님의 지상 생활, 특히 그분의 공생활에 집중해서 예수라는 인물이 어떤 분이신지를 알려준다. 사실, 마르코 복음사가가 자신의 복음을 저술할 당시인 A.D. 70년경은 초월적인 예수님에 대한 맹목적인 신앙이 극성을 부리던 때였다. 마르코 복음사가는 믿는 이들이 예수님의 공생활에 주목하기를 원했다. 그분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저 하늘에나 계시는 그런 분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동고동락하신 분이심을 알리고자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어린 시절이나 부활하신 다음의 모습에는 별반 관심을 두지 않고, 도대체 그분께서 이 세상에서 무슨 말씀과 어떤 일을 하시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알리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러나 대놓고 예수의 정체를 밝히지는 않는다. 마르코 복음 사가는 예수께서 의도적으로 당신의 정체를 숨기시는 것처럼 예수의 공생활 스토리를 전개한다. 어쩌다 누군가 당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때에는 곧 함구령을 내리시는 예수를 곧잘 발견한다. (1,24.34; 3,12; 5,43; 7,36; 8,26.30; 9,9). 신학적인 전문용어로 이를 « 메시아의 비밀 »이라고 한다. 이러한 문학 장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마르코 복음사가는 그 무엇보다도 예수에 대한 몰이해를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마르코 복음사가 때나 지금이나 예수에 대한 몰이해는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단견과 편견이 존재한다.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 우리들의 구세주로 고백하지만, 사람들마다 구세주에 대한 생각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다르다. 그 다양함과 다름에 대한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신약성경의 4복음서들이다. 마르코가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는 민족주의를 넘어서서 세상 만민의 구원을 위해 목숨 바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가끔씩 이 나라 이 땅에서 교회의 가르침, 특히 성경에 나오는 주님의 말씀과 국가의 정책이나 국가의 법이 서로 상치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줄곧 성경을 다시 읽는다. 특히 마르코 복음서를 다시 읽는다. 그리고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거기에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나의 주님, 나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분께 기도한다. « 이 갈등의 상황에서 주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 » 하고 기도한다. 그러면, 그분은 말씀하신다.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라 »라고 말이다.

오늘 그분은 이 나라 이 땅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당신의 이름으로 돈이라는 마귀, 권력이라는 마귀, 억압이라는 마귀, 불평등이라는 마귀, 인권탄압이라는 마귀, 독재라는 마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마귀들을 쫓아내고, 사랑의 언어, 정의의 언어, 평화의 언어들을 말하라고. 그 언어들을 온몸으로 말하라고. 그리고 진리를 증언하고, 진리를 글로 써서 세상에 빛을 가져다 준 마르코 복음사가를 따라서 살아보라고 말이다. 그렇게 살아 보고 싶다.

여러분은 그렇게 한번 살아보고 싶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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