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하느님 아버지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셨던 말씀이나, 그분의 행적들은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는 징표들이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이거 하지 마라, 저거 하지 마라 라고 말씀하신 것들이 결국은 우리들에게 생명을 주는 말씀이고, 그 말씀들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를 만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보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본다는 것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먹는다는 것은 하느님 아버지를 먹는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말씀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계시자이신 우리들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심판하러 오신 분이 아니라, 세상을 구원하려고 왔다는 말씀이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 나오는 말씀에 자꾸만 나의 시선이 머문다. « 나를 물리치고 내 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를 심판하는 것이 따로 있습니다. 내가 한 바로 그 말이 마지막 날에 그를 심판할 것입니다 » 어제 복음 말씀도 그렇지만, 오늘 복음 말씀도 비슷한 내용이다. 하느님을 믿는 데에는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어제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 듣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예수 믿는다고, 하느님 믿는다고 자동으로 목자의 음성을 알아 듣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소리들 가운데, 목자의 음성을 분간하는 것은 양의 몫이다. 목자의 음성을 분간하는 식별력은 양이 갖추어야 할 목자에 대한 태도이다.

그 식별력은 예수의 일, 하느님의 일을 실제로 실천함으로써 갖추어지는 것이다. 신자는 주님의 수난과 부활이 사랑으로 말미암은 사건임을 머리로 가슴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머물지 아니하고, 스스로도 사랑 때문에 아파해보고, 사랑 때문에 눈물 흘려 봄으로써 그 식별력을 가지게 되고, 그 식별력을 키워 나간다. 예수 그리스도가 어떤 분인지를 나름대로 알고 그분에 대한 사랑을 키워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성경 열심히 읽고, 미사 참례 꼬박꼬박하고, 각종 기도 생활이나, 신심 단체에 가입해서 열심히 생활하는 것이 아니다. 하느님의 일, 예수의 일을 직접 내 몸뚱이로 해 보는 것이다. 직접 예수의 일, 하느님의 일을 하는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라가며, 낯선 이의 음성은 멀리할 줄 알게 된다.

오늘 복음은 예수께서 하셨던 많은 말씀들이 당신의 머리에서 나온 그저 좋은 말씀 한 말씀도, 그저 어떤 종교적 윤리적 명령이나 가르침도 아닌,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 세상에 생명을 가져다 주는 말씀임을 천명한다. 그러나 예수를 따르던 많은 군중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고서 한다는 소리가 « 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따를 수 있겠는가 ? »였다. 예수께서 사자성어를 너무나도 지나치게 말씀하셨기 때문이었겠는가 ? 예수께서 배운 티를 팍팍 내고, 당신의 가방끈이 엄청 길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려고, 어려운 단어들을 골라 가며 썼기 때문이었겠는가 ? 그런 것들이 예수의 말씀을 어렵게 한 것이 아니라, 예수의 말씀에는 삶의 변화라는 실천이 요구되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었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지나친 잔소리도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누군가가 진심어린 충고를 할 때에, 누군가가 사랑 가득 담긴 걱정의 말을 할 때에, « 그냥 살던 대로 내버려 두소서 !!! », « 내가 구원을 받건 말건 내 인생 내가 알아서 살 테니, 내 삶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지 마소서 » 혹시 이런 투의 말을 하며 살아가지는 않는가 ?

예수의 눈물 어린 호소에 귀 닫고, 마음 닫아 버린 사람들, 그래서 마침내 그 예수의 입을 막기 위해, 마치 새벽을 알리는 닭의 목을 비틀어 버리듯, 예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이들, 그들이 2천년 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 세상에는 그런 이들이 존재한다. 참된 말에 귀 기울이지 아니하고, 그 참된 말들이 자기네들을 귀찮게 하니까, 생각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니까, 삶에 대한 반성도 하게 하고, 잘 못 살아 온 것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게 하니까, 그 모든 것들이 귀찮으니까, 참된 말들을 하는 이들의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는 이들, 그 말들을 듣지 않으려고 절레절레 손사래를 치고, 고개를 흔드는 이들, 그들이 2천년 전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나는 예수의 답답한 마음, 애간장을 태우는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엿본다. 오늘 복음 말씀들은 나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분의 말씀들이 나에게는 눈물 어린 호소로 다가온다 : « 내가 하는 말은 당신들이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그분의 말이오. 당신들은 하느님을 믿는다는 사람들 아니오 ? 제발 내 말을 좀 들어 주시오. 내가 하는 말이 당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당신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한 말임을 제발 알아주시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 오는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 2024년 5월 2일 목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0
123 2024년 5월 1일 수요일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17
122 2024년 4월 30일 부활 제5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2
121 2024년 4월 29일 월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1
120 2024년 4월 28일 부활 제5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3
119 2024년 4월 27일 토요일 이대성 요한 장례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1
118 2024년 4월 26일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
117 2024년 4월 25일 목요일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
» 2024년 4월 24일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3
115 2024년 4월 23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
114 2024년 4월 22일 부활 제4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4
113 2024년 4월 21일 부활 제4주일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9
112 2025년 5월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이야기(아세이) 칼럼. 주제: 치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17
111 2024년 4월 19일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7
110 2024년 4월 18일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7
109 2024년 4월 17일 부활 제3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
108 2024년 4월 16일 화요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추모 미사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18
107 2024년 4월 15일 부활 제3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6
106 2024년 4월 14일 부활 제3주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7
105 2024년 4월 12일 부활 제2주간 금요일 미사 강론 김해_홍보분과베네딕도 2024.05.03 3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