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부활 제4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한국 사람들이 종교를 선택하는 이유들 중에 가장 큰 이유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서이다. 한국 사람들이 무턱대고 마냥 마음의 평안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5천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이긴 하지만, 그 기나긴 세월들 동안 한민족은 936회가 넘는 외적의 침입을 받았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종교의 힘을 빌리기도 했고, 종교에 몸담은 사람들마저도 전장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기도 했다. 외적의 침입뿐만 아니라, 내부의 분열과 계급 제도도 한민족 사람들에게 크나큰 고통을 주었다.

이러한 고통을 없애려면, 세상을 바꾸어야 하는데, 세상을 바꿀 만큼의 힘은 없으니,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이 한민족 사람들의 종교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세상이 나를 힘들게 한다 해도,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 힘듦이 덜 할 수도 있다는 생각과 관성貫性을 갖게 했다.

 
또한 이러한 생각과 관성은 개개인에게 내공을 쌓는 일이 평화를 위하는 일이라고 여기게 만들기도 했다. 하나의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고통뿐만 아니라, 가정 안에서도 남편 마음, 아내 마음, 자식 마음을 바꾸는 일도 어려우니, 자신을 고통스럽게 하는 그들 심보를 바꾸는 것보다, 그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닦는 것이 훨씬 더 비폭력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결국 이러한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 종교는 자연스럽게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주는 길을 제시하는 것, 마음의 평안을 갖는 것이 종교가 추구하는 것이 된 것이다.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이라면, 어떤 종교든 그리 어렵지 않게 선택하기도 하고, 기존의 종교에서 다른 종교로 갈아타거나, 자신이 몸담고 있던 종교를 그리 어렵지 않게 떠나버리기도 한다. 더군다나 종교 다원사회인 현재의 이 나라, 이 땅에서는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한 백화점에서 내 마음에 드는 물건 하나 고르듯, 쉽게 종교를 고르기도 한다.

오늘 복음은 마음의 평안만 주면 어디든 좋다는 한국 사람들의 종교에 대한 이해에 경종을 울린다. 천주교든, 개신교든, 무릇 그리스도교는 참다운 삶의 길을 제시하는 종교이며, 주님이요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양으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종교가 바로 그리스도교라는 것을 알려준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의 양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고 말씀하신다. 영원한 생명이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영원한 생명이 무엇일까 ? 예수께서는 오늘 복음의 끄트머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 « 아버지와 나는 하나입니다 ». 이 말씀은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영원한 생명이란 결국 아버지와 하나되는 것, 하느님 안에 머물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하느님의 아들 딸로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아들 딸로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진복팔단의 삶을 산다는 것과 동일하다. 곧 영으로 가난하게 살고, 세상의 고통, 세상의 악에 대해 슬퍼하면서도, 온유하게 살며,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말라 하고, 자비를 베풀면서도, 마음을 깨끗하게 하며, 평화를 이룩하려고 노력하고,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 할지라도 의로움을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께서는 « 내 양들은 내 목소리를 알아 듣습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당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사람만이 당신의 양들이라는 말씀이다. 주님의 양으로 살아가는 삶, 그 삶은 세상이 어찌되건 말건, ‘내 마음만 평안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삶의 양식을 버리고, 세상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그분과 함께, 그분 안에서, 정의와 사랑과 평화, 그리고 생명 존중을 추구하는 삶의 양식을 따른다. 그 삶이 결코 쉬운 삶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이 나라 이 땅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삶이다.

우리 함께 그 길을 다시 한번 걸어 봄이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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