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아름다운 세상을 여는 이야기(아세이) 칼럼. 주제: 치유
아식스를 넘어 헤마두라(Homo Et Mundus Ab Deus Una RAdis)을 향하여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이 글은 요즈음 주로 유00에서 회자되는 뒷광고가 아님을 밝혀 둔다. 1980년대에 나온 스포츠 용품 브랜드들 중에 아식스가 있었다. 지금도 그 브랜드는 시장에서 일정한 소비자층을 형성하고 있고, 특히 마라토너들에게는 아주 유명하기까지 하다. 아식스라는 단어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Anima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육체 안에 건강한 영혼)라는 라틴어 격언에서 각 단어의 첫머리 글자를 따온 것이다. 이 격언은 육체와 영혼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잘 드러낸다.
더 나아가, 한 개인의 병은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 공동체와 연계되어 있으며, 심지어 환경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로마 5,12 참조). 그리고 병의 유무, 병에 대한 치유를 하느님을 향한 신앙과 연결 지어 이해하기까지 한다: « 치유는 지극히 높으신 분에게서 오니 그는 임금에게서 선물을 받는다 »(집회 38,2). 간추려 말하자면, 성경은 ‘인간과 세상은 하느님이라는 한 뿌리에서 나왔다’(Homo Et Mundus Ab Deus Una RAdis)고 가르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즐겨 쓰는 용어를 빌자면, 인간과 세상과 하느님은 ‘생태학적 관계’ 속에서 공존共存을 넘어 상생相生한다는 것이다.
이 땅 대한민국에서는 5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몸살을 앓는다. 5월 첫날부터 떠오르는 이름, 전태일, 1970년 11월 13일 «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 외치며 분신焚身으로 열악하기 그지 없던 노동현장을 고발하고 바꾸려 했던 그는 이 땅의 노동인권과 민주주의의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54년이 훌쩍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많은 노동자들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1961년 5월 16일, 박정희 소장을 중심으로 군사정변이 일어났다. 1979년 10월 26일 목숨을 잃기까지 박정희의 18년간 독재정권 아래, 이 땅의 국민들은 신음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한 채, 숨죽여 살아야 했다.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은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과 민중의 의지를 대내외에 드러냈고, 반민주, 군사독재의 야만성을 폭로하였으며, 19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 운동으로 193명의 직접 사망자, 376명의 후유증 사망자, 65명의 실종자, 3139명의 부상자, 그리고 1589명의 구속 및 고문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외에도 5월에 일어난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즐비하고, 그 사건 사고들에 대한 기억으로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은 최소한 한 차례 이상 몸살을 앓는다. 과거에 대한 기억으로 말미암는 5월의 몸살을 치유하는 길은 참 멀다. 그러나 « 어떤 경우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잊어버리라는 말이다 »(모든 형제들 246항). « 기억이 없으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고, 온전하고 명료한 기억이 없으면 성장이 없다…….희생자들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 보전하여 인류의 양심이 온갖 지배욕과 파괴욕에 더욱 강력히 맞설 수 있게 한다. »(249항) 또한 성경의 가르침에 힘입어, «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여 치유를 받게 »(야고 5,16) 해야 한다.
5월의 몸살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 먼저 기도하자. 자신의 안락만 보호하려는, 이웃의 고통에 무감각하게 만드는 헤로데의 통치, 죽음의 문화를 걷어치우게 해달라고 기도하자! 여기저기 곰팡이처럼 흉하게 번지는 무관심을 슬퍼하고, 오늘의 비극을 그저 덮고 감추려는 야만을 슬퍼하자! « 하느님은 우리에게 우는 힘을 주셨으니/ 우리가 받은 은총은 울어주는 사랑밖에 없으니/ 우는 이와 같이 울어주자/ 우리 울음이 끝이 없어야 우리들 사랑도 끝이 없고 » (박노해의 시 ‘우는 능력’에서 따옴), 그래야만 무너졌던 둑이 다시 살아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치유를 위한 기도로 글을 맺는다 :
« 하느님, 저희가 마음을 열고 이념, 언어, 문화, 종교의 차이를 뛰어넘어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 있게 도와 주소서. 하느님, 저희 모두에게 하느님 자비의 기름을 부어 주시어, 과오와 오해와 다툼으로 입은 저희의 상처를 치유해 주소서. 또한 저희에게 은총을 베푸시어, 저희가 겸손하고 온유하게 평화 추구의 험난하지만 풍성한 길로 나아가게 하소서 »(모든 형제들 25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