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0일 부활 제2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복음의 핵심어구는 빛과 어둠이다. 그런데, 무엇이 빛이고 무엇이 어둠인지를 구분 짓는 기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별하는 기준이 무엇일까?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그 기준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아 가는 것이 올바름이고, 빛이고, 아름다움이고, 긍정이다.

빛을 따라 살아 가는 사람, 빛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그 빛을 받아 자신이 빛이 되는 삶을 살아 간다. 빛나는 삶, 그 삶은 다름 아닌 부활의 삶이다. 부활의 삶이란 다름 아닌 생명을 살리는 삶이고, 빛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사람의 목숨이 천하보다 귀중함을 깨닫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삶이다.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떤 희생도 기꺼이 지불하는 삶이다. 이러한 원리들이 실제 삶 속에서 실천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했기에 발생했던 사고들은 참으로 많았다. 이런 사고들을 사회적 참사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다.

그 사건들과 사고들의 공통된 특징은 물질만능주의와 경제지상주의로 점철된 맘몬 숭배의 결과, 안전은 뒷전으로 하고 성장일변도로만 달려온 현대 문명의 비극이요,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생명을 경시하고, 생명을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현실이 가져온 비극이었다는 것이었다.

참사들이 일어났을 때, 국민들은 분열되었었다. 책임자 처벌과 철저한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과 이제 그만 가슴에 묻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앞으로 그런 일이 안 생기도록 시스템을 보완하면 될 것 아니냐면서 실제로 일어났었던 일들을 마치 비현실적인 일인 양 치부해 버린 다른 편과 놀러 갔다가 죽은 아이들에게 무슨 의사자냐, 도대체 언제까지 나라 전체를 장례 분위기 속에다 가두어둘 거냐, 한낯 교통사고에 지나지 않는 걸 두고 왜 그리도 호들갑이냐는 편으로 분열되었다. 정치인들은 자기네들 밥그릇 챙기기 바빴고, 경제인들은 그 사고로 인한 손익 계산에 바빴다.

지난 날 비극적인 참사들을 겪으면서 교회가 보여왔던 모습이 과연 부활의 삶을 증거하고 증언하는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분열되었던 국민들에게 과연 교회는 무엇을 했는가? 솔직하게 말하자면, 별로 한 것 없었다. 빛이신 그리스도를 보여주지도 못했고, 강 건너 불구경한 셈이었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분열이 일었었다. 생명에 대한 책임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부르짖는 하느님의 백성을 두고,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는 딱지들을 더덕더덕 붙여주기에 바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내 안에서 나와 함께 나를 통하여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아가는 삶, 그 삶은 빛을 따라가는 삶, 빛의 길을 걸어가는 삶이 바로 부활의 삶이며, 이 부활의 삶을 살아내어야 하는 사명과 소명을 지닌 존재가 바로 다름 아닌 우리들, 곧 교회다.

무능, 무지, 무책임이라는 3무와 굴욕, 굴종, 그리고 비굴이라는 3굴의 시대, 그래서 더더욱 역사적 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의에 대한 갈망,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그 고통을 함께 이겨내자는 연대의식과 나눔 의식, 생명 존중,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고 절박한 때다. 정녕 교회가 교회다워야 할 때다. 오늘 제22대 총선 투표일에 우리가 들은 오늘 복음은 나에게 교회의 사명과 소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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