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6일 토요일 성모 신심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 제1독서는 사도행전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제1독서에 따르면, 초대교회는 부활 증인들의 공동체요, 기도하는 공동체였으며, 예수님의 직제자 11명, 곧 베드로와 안드레아, 제베데오의 두 아들인 야고보와 요한, 필립보와 토마, 바르톨로메오아 마태오,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열혈당원 시몬, 그리고 야고보의 아들 유다와 여러 여자들과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마리아의 형제들이 그 구성원들이었다.

오늘 강론은 제1독서의 말씀들을 토대로 초대교회에서 신약성경이 어떻게 저술되었는지, 그리고 신약성경이 결국 알리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 싶다.

성경, 특히 복음서는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거의 40년이 지나서야 기록되기 시작했다. 현존하는 신약성경 필사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바오로 사도가 테살로니카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다. 이 편지는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거의 20년이 지나고서야 나왔다. 4복음서 중에 가장 먼저 쓰여진 복음서는 마르코 복음인데, 기원 후 70년-75년 경, 마르코 복음사가에 의해 쓰여졌다. 그러나 복음사가 단독으로 복음서가 저술된 것은 아니었다. 4복음서는 각각의 복음사가가 예수님의 생애와 가르침에 대한 글을 쓰고, 각각의 복음사가가 속해 있던 초대교회 공동체에서의 집회 때에 그 글이 읽히면, 초대교회 공동체 안에서 검증을 받으면서 첨삭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신약성경은 탄생하게 되었고, 그 배경은 여러 초대교회 공동체들 안에서 거행되었던 전례 독서들이다.

예수께서 행하셨던 많은 기적들과 가르침들, 그리고 그분의 행적들은 구약성경을 배경으로 해서 재해석되었고, 초대 교회 공동체는 신약성경을 집필하면서 예수님의 생애를 구약성경에 나오는 메시아에 대한 예언, 고난 받는 야훼의 종에 대한 예언들과 연결 지었다. 신약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의 생애에서 비교적 정확한 날짜가 나오는 것은 오직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날과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뿐이다. 예컨대, 신약성경은 예수님의 탄생일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리지도 않는다. 그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인구 조사령을 반포하면서, 혼인했던 요셉과 마리아가 나자렛에서 베틀레헴으로 가야만 했고, 베틀레헴으로 가는 중에 마리아는 임신 중이었다고만 알린다.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언제 세례를 받으셨는지에 대해서도 신약성경은 아무런 말이 없다. 신약성경이 전하는 예수님의 사망일은 빠스카 축제일 전날, 유다인들의 달력에 따르면, 니산달 13일이고, 예수님이 부활하신 날은 빠스카 축제일 다음날인 니산달 15일이다.

가톨릭 교회의 전례력에 따르면, 예수께서 부활하시고 40일째 되는 날,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내고, 50일째 되는 날에는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낸다. 이는 성경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40이나, 50은 구약성경에서 중시하던 숫자였다. 성경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줄 알고 있지만, 실제로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50일이 지나서 성령이 강림했는지, 그 전에 강림했는지, 아니면, 그 후에 강림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시고 곧바로 제자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알린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그들이 부활의 의미를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다음 40일째 되는 날, 승천하셨다고 마태오 복음사가나 루카 복음사가는 증언하고 있지만, 요한 복음사가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이 동일한 사건이라고 증언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때, 신약성경 특히 4복음서는 예수님의 생애를 다루는 전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4복음서는 예수님이 누구이신지, 예수님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그분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지를 알리고 무엇보다도 그분을 하느님의 아들, 곧 사람이 되신 하느님으로 믿는 신앙 고백서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성경을 읽을 때에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성경을 읽으면, 오류에 빠지기 쉽고, 개똥 철학 하듯, 자기 마음대로 성경을 해석해 버릴 수도 있으며, 자칫 잘못하면 사이비나 이단에 빠질 수도 있다. 가톨릭 교회가 인준하는 성경 지침서나, 성경 해설서와 함께 성경을 읽거나, 교회가 인정하는 교육기관이나 지도자로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서 성경을 읽어야만 오류에 덜 빠지고, 사이비나 이단의 가르침과 참된 가르침을 구분할 수 있고,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 갈 수 있다. 오늘 강론이 많이 밋밋할 수 있겠지만, 때때로 이런 강론도 필요하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너른 마음으로 받아 들여주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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