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4일 부활 8일 축제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주님의 부활을 믿는 사람들은 누구나 부활의 증인이다. 제자들만 부활의 증인이 아니다. 그러면 부활의 증인이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아니, 도대체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믿는다는 것일까?
첫째,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진리와 사랑의 힘은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 사랑과 진리와 생명의 하느님은 결코 죽지 않고 영원하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둘째, 부활에 대한 믿음의 핵심은 육체의 소생이 아니라, 영적인 몸으로 덧입는 창조적인 변화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의 부활에 대한 신앙을 마치 시체의 소생과 같이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경은 말한다. « 살과 피는 하느님의 나라를 물려받지 못하고, 썩는 것은 썩지 않는 것을 물려 받지 못한다 »(1고린 15,50)고 말이다. 인간의 육체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기 때문에 자연으로 되돌려질 수 밖에 없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듯이, 부활은 영적인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새 생명의 창조다 : « 죽은 이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납니다. »(1고린 14, 42-44)
셋째, 부활은 죽음 이후에 시작되는 미래의 사건만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시작으로 해서 이미 부활생명은 현세의 우리들의 삶 속에서도 시작되고 있으며, 이 연속성을 믿는 것이 바로 부활을 믿는다는 것이다. 로마인들에게 보낸 바오로 사도의 편지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 «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 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로마 6,4) 그렇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 지금 여기 »에서 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며, 죽음의 권세가 손댈 수 없는 영원한 생명을 지금 이 세상의 한복판에서 살고, 죽음의 문턱마저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믿는다는 것이다.
부활 신앙은 죽음 이후를 알리는 교리적인 신앙 조항에 대한 믿음의 고백이 아니라, 지금 현세에서 이미 시작된 영원한 생명을 믿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면서 살고 싶다는 사람, 그래서 경천(敬天)하고 애인(愛人)하는 삶을 살려고 언제나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의 체험에서 비롯되는 삶의 증언인 것이다.
사람이 되시어 몸소 죽음을 당하고, 부활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하셨던 인사를 이제, 우리들에게도 하신다. «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 우리가 평화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만 먹으면, 우리 안에 평화가 머물도록 주님이요 구세주이신 그분께서 몸소 일하시겠다는 말씀이다. 용서라는 말을 결코 사용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절대로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는 사람도,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겪으신 예수를 받아 들이고, 그를 주님이요, 구세주라고 고백하면, 그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겠다는 말씀이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게 사는 우리를 참 삶으로 초대하는 말씀이다.
«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라는 인사를 건네시는 주님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그리고 우리들에게 부활의 증인이 되기를 바라신다. 생명이 죽어가는 곳에 생명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다 주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주님의 바램에 합당한 사람이 되기를 기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우리들의 기도와 우리들의 고심에 대해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반드시 대답해 주실 것이다. 그분은 부활하셔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고 있고, 언제나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모든 희망의 원천이시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희망의 원천이요, 영원한 생명을 향해 삶의 방향을 정하라고 다독거리듯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