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일 부활 8일 축제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막달라 여자 마리아처럼,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굴뚝 같은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주님을 뵈오려면, 갈릴래아로 가야 한다고 알려준다. 갈릴래아, 거기는 이방인들과의 교류가 잦아서 늘 우상숭배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던 곳, 금력과 권력이 사람 위에서 사람을 지배하고, 법보다는 힘이 더 크게 작용하던 곳, 타 지역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과 멸시를 받고, 살고 있던 사람들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죽어 지내던 어둠의 땅, 그래서 하느님마저도 포기한 것처럼 여겨졌던 곳이었다.

세상에는 갈릴래아가 은근히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도 갈릴래아는 분명 존재한다. 따스한 손길을 바라지만, 사람들의 위선에 상처받아 쉬이 손을 내밀지 못하는 이들,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악의 평범성 속에 함몰되어 목소리 크고,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줄로만 아는 이들, 문해력이 낮아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몇 마디의 말이나, 몇 개의 단어로 꼬투리를 잡는 이들이 사는 곳은 거기가 어디든지, 갈릴래아다.

오늘 복음의 후반부에 나오는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은 2천년 전에만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엄폐하는 자들, 없던 일도 마치 있었던 양 말을 만들어 내는 자들, 조작질과 공작질로 한몫을 챙기거나, 자기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들로 말미암아 고통을 당하고 있는 이들은 이 세상 이곳, 저곳에서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거나, 땅을 치고 통곡하고 있으며, 그 통곡의 자리 역시 갈릴래아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시대의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고, 우리 시대의 수석사제들과 원로들에게 저항하며, 그들이 정녕 회개의 길을 걷도록, 그들의 거짓과 기만, 그리고 위선을 폭로하는 일, 이 일들이 바로 다름 아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뵙는 길이다. 세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연대하고, 그들 편에 서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일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니다. 하지만, 그 길이 바로 우리를 부활의 삶으로 인도하는 길이다. 그 길, 우리 함께 걸어 가봄이 어떠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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