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15:16

달빛 묵화 / 박옥위

조회 수 95 추천 수 0 댓글 0

 달빛 묵화 

                                       박옥위

 

 

마음이 울울한 밤 마당가에 나섰더니

달빛이 담벼락에 묵화를 치고 있다

구도를 잘 잡으려고 흔들어 보고 있다

 

꽃가질 휘어놓고는 가만가만 그리다가

내 큰 키를 불러놓고 난감한 저 달빛

내 몸을 반쯤 접어놓고 붓질을 하고 있다

 

이런! 몸을 접다니 후딱 자릴 옮긴다

붓을 흔들면서 웃음보가 터지는 달

후후훗 나도 웃는다, 화안한 달빛묵화.

 

박옥위 시인의「 달빛 묵화」를 읽으며 시적 요소와 시조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박옥위 시인의 필력을 느낀다. 어떻게 보면 쉬운 듯 하여도 쉽게 전달하고자 하는 그 마음에는 이미 하늘의 달과 지상의 풍경과 마음의 일치가 아니면 빚어낼 수 없는 구도다. 달밤 바람이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시인은 "구도를 잘 잡으려고 흔들어 보고 있다"는 절창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키 큰 나를 불러 놓고 달빛은 마당과 담벼락에 " 내 몸을 반쯤 접어놓고 붓질을 하고 있다'는 묘사는 시적인 요소를 극대화 하고 있다. 내면의 깊이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시인의 삶과 안목이 일치하지 않으면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미 시인 스스로가 달빛이라는 빛을 통해 세상의 모든 모습을 다시 그려내고자 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일상적 삶의 모습의 반복되었겠지만, 그 삶의 반복을 새롭게 구도자처럼 바라보는 마음이 시인의 능력을 배가하는 일이다. 시의 무게는 시인 스스로 얼마나 깊은 마음을 우려내는냐에 달려 있다. 박옥위 시인은 그 의미를 깨닫고 음미하며 하늘의 달을 붓으로 삶고 있다고 본다. / 임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