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7일 수요일 배화이 발바라 장례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이 광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아주 자그마한 사건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천주교든, 개신교든, 불교든 정통종교라는 곳들에서는 탄생과 죽음에 대한 고유한 예식들이 있고, 그 예식들은 한 인간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존재 의미와 품위가 있음을 알려 준다. 예를 들면, 천주교와 개신교 모두 속해 있는 그리스도교, 혹은 기독교는 한 인간의 탄생이 하느님의 축복이요, 세례를 받는 것은 하느님의 아들 딸이 되는 것이요, 인간의 죽음은 하느님께로 되돌아 가는 통과의례와도 같다고, 그래서 한 인간의 존재는 거룩하신 하느님을 따라 거룩해지는 존재라는 의미와 품위가 있음을 알려준다.

각각의 종교들이 키재기를 해봐야 삼라만상의 주인의 눈에는 결국 도토리 키재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종교들 간에 서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각의 종교는 각각의 특성과 고유함이 있지만, 사람들은 어느 종교가 더 잘 났느니, 못났느니 비교를 하고, 불교식 장례를 치르면 조상이 3대가 구제를 받고, 개신교식 장례를 치르면 조상이 5대가 구원을 받고, 천주교식 장례를 치르면 7대가 구원을 받는다는 식으로, 어느 종교의 예식을 하면, 그 효과가 더 난다느니 덜 난다느니 식의 말까지도 한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떠나신 분의 유지를 따르는 것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도리라는 것이다.

배화이 발바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엊그제 월요일 오후에 들었다. 할머니가 언제 세례를 받으셨는지를 확인해보려고, 교적을 찾아보니, 1945년 8월 1일생, 1963년 11월 23일, 스무살이 채 되기 전에 대구 계산동 성당에서 세례를 받으셨다고 나와 있었다. 그런데, 견진은 세례를 받고, 거의 50년이 지난 2012년 11월 11일, 김해성당에서 받으셨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50년에 가까운 세월들 동안 결혼을 하면서 시댁의 종교를 따라 가느라 그러셨나 보다 짐작했다.

우리는 지난 주일 주님의 수난 성지 주일을 지내면서 성주간을 맞이했다. 특히나 내일 성목요일 저녁부터 돌아오는 주일인 부활절까지는 1년 중에 가장 거룩한 날들인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성삼일이다. 이 기간에는 이 세상 어느 성당에서도 장례미사를 드리지 못한다. 발바라 할머니는 성당에서 장례미사를 치뤄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셨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셨던 것 같다. 그리고 하느님은 발바라 할머니의 기도를 들어주신 것 같다.

먼저, 발바라 할머니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 여러분들과 평소 친분을 가지고 계신 모든 분들께 삼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이 시간 하느님께서 발바라 자매님의 모든 허물을 용서하시고, 당신의 품 안에 너그러이 받아 주시도록 우리 모두 함께 기도하자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유가족 여러분에게는 어머니이거나 할머니인 고인의 죽음이 슬프고 가슴 아픈 그래서, 너무나 고통스럽지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크나큰 슬픔일 것이다. 그러나 부활하셔서 살아 계신 주님께서는 방금 들은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올 것이며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이 말씀에 온 마음을 다해서 신뢰한다면, 아직 살아있는 우리들에게는 할머니의 선종이 슬프기 그지없고, 낯설고, 차갑고,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할머니의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 우리의 구세주요, 우리를 부활케 하실 주님께서는 그를 죽음에서 다시 살리실 것임을 감히 믿을 수 있다.

우리의 주님이요, 구세주이신 예수께서는 이 슬프고 비통한 장례의 순간에 우리에게 죽음을 뛰어 넘는 생명에 대한 희망을 선사하신다. 그분은 우리에게 “내게 주신 사람은 그 누구도 내가 잃어버리지 않고, 마지막에 그를 살리겠다”고, 당신을 믿는 이에게는 “영원한 생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것, 그것은 바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사는 것이다. 발바라 할머니는 세례성사를 통해서 하느님의 딸이 되었고 사시는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드높이고 그분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려는 삶을 사시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이제 이 생에서의 삶을 마치시고 하느님께로 되돌아 가셨다.


발바라 할머니의 유가족 여러분과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발바라 할머니는 이제 하느님의 딸로서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의 품에 안기게 된다. 우리 모두는 생전에 발바라 할머니가 혹시라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자비로이 용서하고,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의 품에서 평안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간절히 청하고 기도하자. 부활하셔서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주님께서는 분명 우리의 이 간절한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실 것이다.

주님, 배화이 발바라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죽은 모든 이들의 영혼들이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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