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5주일(나해) 강론 – 관심과 간섭
주임신부 2024. 4. 28, 덕계성당
저는 오늘 강론의 주제를 ‘관심과 간섭은 다르다.’로 정해 보았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지요. 그렇다면, ‘사랑’은 바로 ‘관심’을 뜻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랑과 같은 의미를 지닌 이 ‘관심’은 ‘간섭’과는 다릅니다. 자칫, 관심은 간섭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간섭이 관심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저는 신학교 교수로 있었을 때 경험한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신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인다고 다가갔는데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간섭으로 받아들여진 때가 있었고, 그 반면 제가 간섭하듯 학생들에게 다가갔는데 학생들은 고맙게도 그것을 관심으로 받아들여 준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본당 신부로 있으면서 신자분들과의 만남에 있어서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관심과 간섭 사이의 애매한 경계선 사이에서, 우리는 상대방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셈이 되기에, 우리로선 매사에 신중함을 지니려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의 입장에서는 나의 의도와는 달리 해석되는 경우를 어쩌다 우리가 경험하기도 하는, 그런 삶의 과정을 우리는 살고 있다고 봅니다. 참조로, 관심과 간섭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요 기준은 우리의 표현에서 관심의 다른 말인 ‘사랑’이 포함되어 있는지 혹은 그렇지 않는지에 있지 않나 생각하며, 우리가 이를 분간하는 지혜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마, 하느님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에,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은 ‘관심’ 자체이신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지극한 당신의 사랑, 즉 관심을 쏟아부어 주십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가는 과정들 중 어떤 때는, 하느님을 ‘간섭하시는 하느님’으로 자칫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 관심의 하느님으로서는 좀 섭섭하시겠으나, 그러한 오해를 자주 겪으시는 하느님께서는 이 또한 당신께서 감수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니, 그분께서는, 변화무쌍하고 많은 면에서 부족한 우리와는 달리, 참으로 대단한 분이심을 느끼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5.7 참조)
우리를 향한 주님의 관심이 보이는 이 말씀, 강한 어조로써 명령하시는 듯한 이 말씀이 여러분에게는 어떻게 들리십니까? 혹시 가끔은, 먹고살기에 바쁜 우리에게 ‘간섭’하시는 듯 들리지는 않으십니까?
주님의 관심을 받고 계신 여러분, 이 강론을, 오늘 복음 속 주님의 한 말씀으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말씀이 우리를 향한 주님의 ‘간섭’ 아닌 ‘관심’으로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이 말씀이 우리 머리에 기억되길, 마음에 간직되길, 그리고 삶으로 드러나길 바래봅니다. -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