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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3 00:03

[강론] 부활 제3주일 - 주임신부

조회 수 67

부활 제3주일(나해) 강론 – 성당생활과 신앙생활
 

주임신부   2024. 4. 14, 덕계성당


 

사제로 살다 보면, 자신들이 속한 본당에서 상처받은 신자분들을 제법 만나게 됩니다. 신부의 말에 상처받고, 수도자의 행동에 실망하고, 단체장의 인격에 실망하고, 교우들 간의 갈등 때문에 힘들고,... 그래서 신앙이 흔들리고, 미사 안 나가고, 단체 활동도 중단했다는 그런 얘기들입니다. 한편, 신부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자분들 때문에 속상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제대로 잘 알지 못하고 개인이나 공동체에 대해 판단하고, 자신만 맞고 남은 틀리고, 결국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을 해치게 되고,... 어쩌면 이 때문에, 신부님들이 사목자로서 본당을 거치시면서 성격이 점점 강해지고 독단적으로 되어 버릴 수 있는 위험도 없지 않아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신앙인으로 살아가며 접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볼 때, 사실 이런 어려움들은 엄밀히 말해 ‘신앙생활’이 아니라 ‘성당생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성당생활은 좋은 것이며, 신앙생활을 위한 필요 조건입니다. 그러나 성당생활이 신앙생활을 위한 충분 조건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감정은 고무줄과 같이 켜졌다 작아졌다 하기에, 성당생활 때문에 당하는 어려움 또한 감정이 커지게 되면 신앙생활까지 다치게 하는 경우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이유가 적혀있습니다. “그들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직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였다.”(루카 24,41)고 했습니다. 제자들은 ‘너무 기뻐서’ 믿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믿지 못하는 이유도 가지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지요. 이렇게 인간의 감정이 커지면 신앙생활에 장해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도 발견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며,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어려움의 시간을, 우리는 우리 신앙을 점검하는 기회의 시간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로써 나의 믿음이 하느님이 아닌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도 있다는 것을, 또는 나의 사소한 감정이 자칫하면 나의 소중한 신앙생활을 흔들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를 조심해야 함을 우리는 알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성당생활하면서 봉사하다가 내가 상처를 받으면 사실 그때부터가 더 의미있고 참된 봉사를 할 때라고 봅니다. 그전까지는 ‘내가 좋아서 하는 성당생활’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하느님이 좋아서 하는 신앙생활’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감정의 산을 넘어야, 믿음의 강이 보이고 그 강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마음을 여시어 성경을 깨닫게 해 주셨듯이(루카 24,45 참조), 주님께서 우리 마음도 열어 주심으로써 우리의 믿음이 더 굳세어지길 청해 보았으면 합니다.
 

주님의 집에 모여 오신 여러분, 하나의 바람으로써 이 강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 ‘성당생활’을 하는 우리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이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분들로 더 넘쳐나도록 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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