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808호 2024. 4.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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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위원회
로마 전례에서 평화의 인사는 서로 화해하거나 죄를 용서하는 예식이 아닙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인 신분을 드러내는 신분증인 동시에 기도한 내용에 동의함을 의미하는 인장이며, 한 분이신 주님의 몸을 함께 나누어 먹음으로써 교황과 주교를 중심으로 온 교회가 일치하고, 산 이와 죽은 이가 일치하며, 지상 전례 공동체와 천상 전례 공동체가 일치함을 드러내는 장엄한 인사입니다.(구원의 성사 71항)
따라서 이 인사를 떠들썩하고 번잡하게 해서는 안되며, 각자는 가까이 있는 이들과 차분하고 장중하게 평화를 표시합니다.(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82항) 이때 사제는 봉사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성체가 있는 제단에 머물러야 하는데,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가까이 있는 교우 몇 사람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습니다.(총지침 154항; 구원의 성사 72항)
그리스도인의 삶이 지상공동체에서 천상공동체로 이어짐을 드러내는 장례미사야말로 평화의 인사가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이므로, 장례미사라는 이유로 이 인사를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평화의 인사는 ‘성체를 통한 구원의 일치’라는 미사의 의미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서 미사에서 함부로 생략할 수 없는 것입니다. 같은 이유로, 평화의 인사를 일상적인 인사와 혼동하여 미사의 의미가 흐려질 우려가 있다면 오히려 이때 주례사제는 현명하게 판단하여 평화의 인사를 생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장례미사에 신자보다 비신자가 더 많이 참석했을 때는 이 인사를 생략할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장례미사에서 애도를 표한다거나 세례, 견진, 성탄, 부활 미사 등에서 축하를 전하는 의미로 평화의 인사를 하지 않도록 적절한 교리교육을 통해 교우들을 양성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