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2주일(나해) 강론 – 있어야 할 자리
주임신부 2021. 4. 7, 덕계성당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딴소리하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딴소리’란, 본래의 뜻에 어긋나는 말 또는 아무 관계도 없는 말을 지칭하지요. 우리말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바로 ‘딴소리’하는 경우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의 토마스 사도가 그런 사람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 다른 제자들과 함께 있지 않았던 토마스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지 않았다가, 나중에 다른 제자들이 ‘우리는 주님을 뵈었다.’라고 하자, 그는 ‘나는 그분을 직접 뵙고 그분을 만져보지 않고서는 못 믿겠다.’라고 하는, 그런 딴소리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다른 제자들이 이미 누렸던 부활하신 주님과의 기쁨과 평화를 놓치고, 그 홀로 더 우울하고 슬프며 괴로운 그런 어둠의 시간들을 보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제자들의 입장에서 토마스를 볼 때는, 그들의 말을 도무지 믿지 않고 ‘딴 소리하는 이상한 토마스’로 비쳤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에게 확신을 심어 주시기 위해 예수님께서는 또 다시금 토마스에게도 오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토마스 사도의 눈높이에 당신을 맞춰 주심으로써, 토마스를 바꾸어 주셨습니다. ‘불신’을 ‘확신’으로, ‘어둠의 시간’을 ‘빛의 시간’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신 것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이번에는, 그때 그 자리에 토마스가 있었기에, 그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고, 은혜로운 부활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토마스에게 오셨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은 우리의 눈높이에 당신을 맞추시며 우리에게로 오십니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원래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는다면,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할 것이며,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고 하는 기쁨의 신앙 고백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또한 ‘딴 소리하는 사람’으로만 머물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주님의 집에 모여 오신 여러분, 잘 오셨습니다! 바로 이곳이 여러분께서 자주금 ‘있어야 할 자리’라고 봅니다. 지금 여러분께서 머물고 계시는 그 자리는 신자석으로서, 신자이신 여러분께서 차지하셔야 할 자리입니다. 신자분들께서 있어야 할 자리인 이 신자석을 더 많은 분들께서 찾는다면, 이곳 성전은 신자분들로 넘쳐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 우리가 세상 속에서 살아가며, 자신이 머무는 자리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자리 아닌 어울리는 자리가 되길, 즉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되길 우리 모두가 노력해 보았으면 합니다.
바라건데, 우리가 교회와 세상 안에서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머묾으로써, 거기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그래서 진정한 기쁨과 평화를 나의 것으로 할 수 있길 기원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