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카의 의미

오늘 밤은 주님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신 밤,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신 밤, 주님의 파스카 성야입니다. “파스카라는 말은 넘어가다”, “건너가다는 뜻입니다. 실상 이스라엘의 역사도 파스카의 역사이고, 우리의 인생도 파스카의 역사입니다. 오늘 파스카의 의미에 대해 함께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이스라엘 역사 안에서 볼 수 있는 첫번째 파스카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의 해방되어 홍해바다를 건너간 사건입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나가려 하지만, 이집트의 왕 파라오는 거듭해서 모세를 막아 세웁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이집트에 많은 재앙을 내리시고, 마지막에는 죽음의 재앙을 내리십니다. 이집트 안의 모든 사람과 짐승의 맏배를 죽이시는 재앙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 말씀대로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대문에 바릅니다. 죽음의 재앙은 어린양의 피를 바른 집을 건너갑니다.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 아무도 죽은 이는 없었습니다. 어린양의 죄없는 죽음으로 이스라엘이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죽음을 넘어가고홍해바다를 건너가서이집트에서 해방됩니다. 이것이 첫번째 파스카입니다.

둘째로, 가나안 땅으로 들어온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의 탈출, 다시 말해 이집트에서의 파스카를 기념하여 파스카라는 이름의 축제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춘분이 지나고 첫 보름달이 뜨면, 그들은 한 주간 동안 파스카 축제를 지냈습니다. 파스카 만찬 때는 이집트에서의 노예 생활을 기억하며 누룩없는 빵과 쓴 나물을 먹었습니다. 파스카 축제 전날에는 이스라엘 백성을 대신하여 죽었던 어린양을 기억하여, 오후 3시에 어린양을 잡아 성전에 봉헌했습니다. 이것이 두번째 파스카입니다.

셋째로, 예수님은 파스카 축제 며칠 전에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십니다. 그리고 그 기간 중에 당신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하셨습니다. 누룩없는 빵을 들고 당신 몸이라 하셨고, 포도주를 들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쏟으실 당신의 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 이후에 잡혀가시고, 파스카 축제 전날 성전에서 어린양을 죽여 봉헌하는 그 시간, 오후 3시에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접하고 나서야, 그분이야 말로 세상의 죄를 대신해서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을 대신하여 죽음을 택한 파스카 어린양이시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죽음을 넘어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가도록 스스로 피를 쏟으신 파스카 어린양이십니다. 예수님이 죽음을 건너 생명으로 건너가심, 예수님이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심, 이것이 바로 주님의 파스카입니다.

죽음의 재앙이 이스라엘 백성의 집을 넘어서 건너간 밤, 주님께서 십자가 죽음에서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간 밤, 이 밤에 교회는 주님 부활을 기념하며 파스카 성야미사를 봉헌합니다. 이 미사를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 백성의 파스, 주님의 파스카를 기억하고 거기에 참여합니다. 그래서 오늘밤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계속 해서 들었습니다. 하느님이 우주 만물과 사람을 어떻게 창조하셨는지, 하느님이 어떻게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시켜 주셨는지, 하느님이 어떻게 인간과 계약을 맺으시고 당신 백성을 돌보시는지, 그리고 하느님이 어떻게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하시고 우리의 영을 당신의 영으로 채워주시는지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밤에 주님께서 어둠과 죽음을 물리치고, 새로운 생명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가십니다. 주님께서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가심으로써 우리에게도 죽음을 건너 생명으로 건너가는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오늘밤은 우리들의 파스카 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무너진 마음이 주님의 파스카로 새로운 희망으로 건너갑니다. 넘어지고, 상처받고, 길을 잃은 우리의 인생이 주님 파스카로 새로운 용기로 건너갑니다. 주님의 십자가 죽음 안에 부활이 숨어 있었듯이, 우리의 고통과 슬픔 속에 우리의 부활이 숨어있음을 믿습니다. 주님의 부활로 오늘에 절망하지 않고 미래를 희망합니다. 바로 오늘밤에 우리의 삶이 주님의 평화와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갑니다. 오늘밤이야말로 우리들의 파스카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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