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강론 – 주님처럼... 
 

주임신부   2024. 3. 28, 덕계성당


 

먼저, 성가 한 곡을 소개해 드립니다. (영상으로 감상)

..... 우리가 익히 아는 곡으로서, 가톨릭 성가 496번, ‘주님은 우리 사랑하셨네’였습니다. 오늘 이 ‘주님 만찬 저녁 미사’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성가이기에, 소개드려 보았습니다.
 

     

이제는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기파조’라는 이름의 날아다니는 새 이야기입니다. 이 기파조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새의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한 마리뿐인 이 새는 몸은 하나에 머리가 둘 달린 이상한 모습을 지녔습니다. 머리가 둘이기 때문에 보는 것, 생각하는 것, 먹는 것 등도 각기 다릅니다. 그러나 몸은 하나이므로 생명이 하나임은 물론입니다.

    어느 날 일이었습니다. 두 개의 머리 가운데 한 머리는 잠이 들었고, 다른 하나는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었는데, 우연히 먹을 것 두 개가 생긴 것입니다. 깨어 있던 머리가 두 개의 먹을 것 가운데 자기 몫인 하나를 먹고 다른 하나는 남겨 두었다가 자고 있는 머리가 잠에서 깨어나면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한 개를 다 먹고 나도, 잠을 자고 있는 다른 머리는 깨어나지를 않았습니다. 그 맛이 너무 좋았음인지, 한 개 맛을 보고 난 머리는 잠자고 있는 머리의 몫까지 마저 먹어 버렸습니다. 그것을 먹고 나니, 그때에야 비로소 자고 있던 머리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먹을 것 두 개를 다 먹은 머리는 양심의 가책을 받았음인지, 사실대로 다른 머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머리는 대단히 섭섭해했습니다. 머리는 비록 둘이나 몸은 하나인 까닭에 두 머리는 서로 남이 아니고 일심동체(一心同體)일진데, 어찌 그렇게 야속할 수가 있단 말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야속한 마음만 솟아올라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끝내, 잠을 잤던 그 머리는 복수하고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몰래 물에 독약을 타서 다른 머리에게 먹였습니다. 어찌 되었을까요? 독약을 탄 물을 먹었더니, 그 물은 두 머리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독약의 기운은 온몸에 번져서, 결국 그 새는 생명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기파조라는 새는 없어져 버린 새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결국 죽는 이야기입니다.
 

오늘, 파스카 성삼일을 시작하는 ‘성목요일 주님 만찬 저녁 미사’, 이 최후의 만찬 미사에서, 복음에서도 보이듯, 당신 제자들을 너무나 사랑하신 주님께서는, 만찬 때에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고 우리도 그렇게 서로 섬기며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발을 씻어 주신 주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신 후,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내 피다. 너희는 이를 받아먹고 마셔라.’라고 하시며 당신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시고, 당신을 기억하여 이를 계속 행하라고 하심으로서, 그 당시 제자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 모두가 먹고 살게 해 주십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새 이야기는 상대편을 배려하지 않는 자기중심의 이야기였으나, 주님의 이야기는 상대편을 섬기는 타인 중심의 이야기입니다. 새 이야기는 죽이는 이야기였으나, 주님의 이야기는 살리는 이야기입니다. 새 이야기는 세상 사람들 모습과 가깝지만, 주님의 이야기는 하늘나라 시민들 모습과 가깝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마련하신 ‘만찬의 자리’에 오신 여러분, 우리 삶이 하늘나라 시민으로서 주님처럼 섬기는 삶, 주님처럼 살리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저녁 미사에서 우리는, 우리의 주님께서는 어떤 분이신지를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못내 사랑하시다 못해 끝내 사랑하시는 분, 누구보다 주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으로서, 우리가 주님의 몸을 모심으로써 우리가 당신과 더 하나 되길 바라시는 분이십니다. 

    그러한 주님께서 거룩한 이 삼일동안 드러나는 당신 지상 삶의 마지막 과정들, 그 한 걸음 한 걸음 마다에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그러니, 주님의 이 초대에 우리가 “예! 함께 가겠습니다!”라고 기꺼이 응답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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