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4일 사순 제4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제 아무리 이런 말, 저런 말을 해도, 당최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벽창호壁窓戶라는 말을 한다. 벽창호들 가운데는 그의 고집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적지 않은 경우, 그 벽창호들의 정신 연령대가 7-8세의 어린 아이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7-8세의 어린 아이들은 대개 고집이 세다. 이제 갓 말을 배워서 말은 참 잘한다. 하지만,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경험도 부족하고, 남이라는 존재를 만나 본 것도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부족하다. 그러니, 자기 말만 하고, 자기 주장만 펼쳐 낸다. 떼를 써 댄다. 타이르고, 어르고, 때로는 꾸짖고, 달래면서, 그 어린 아이에게 하나하나 가르치고, 하나하나 지적해야, 그 어린 아이는 비로소 남의 말을 듣기 시작한다.
육체적 연령은 이미 40-50을 훌쩍 넘겼지만, 정신 연령 대가 7-8세인 어린 아이와 같은 벽창호들이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그 사람 자신에게 있다. 살아온 환경들이 무척이나 어려웠기 때문에, 혹은 어린 시절의 가정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은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사회의 책임 있는 성인으로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고, 성숙시키는 데 있어서 장애가 되는 요소들을 자기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했고,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기 인생에 스스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벽창호의 잘못은 1차적으로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를 제대로 교육하지 못했던 사회와 그의 환경, 그의 가정에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정신 연령대가 7-8세인 어린 아이와 같은 벽창호들과 참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었던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었다. 그 제자들을 하나하나 가르치고, 깨우치게 하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만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 스승은 당신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 놓는 사랑도 필요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렇게 해서 바뀌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게 해도 절대로 바뀌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2천년 전 유대인들은 예수를 알아 보지 못했다. 아니, 알아 보려 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왜 알아보지 않았느냐, 왜 알아 보지 못했느냐, 라는 식의 물음에 대해서 성경은 자주 이러한 표현을 써서 우리들에게 대답을 준다: « 그들의 마음이 완고했다 »고 말이다.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에 대한 성경의 증언들을 무시하고, 듣지 못했던 것은 하느님을 제대로 믿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오늘 복음의 말씀처럼, « 하느님의 말씀이 자기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 자들 »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마음이 완고했기 때문에, 살아 있는 말랑말랑한 심장이 아니라, 돌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마음을 깨뜨리고, 그 깨뜨려진 사이 사이로 하느님의 말씀을 머무르게 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데 있어서 열심했다. 참으로 더럽게 열심했다. 그러나 그 하느님이 정작 원하시는 것을 알아 들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2024년, 대한민국이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2천년 전의 유다인들이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비판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하느님, 내가 알고 있는 교회의 사명과 역할, 내가 알고 있는 성직자, 수도자의 신원과 정체, 내가 알고 있는 신자의 도리, 이런 것들을 절대시해서, 다른 이들의 행동이나 말들을 무조건 배척하고, 배격하는 것이 바로 2천년 전의 유다인들의 작태와 똑같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21세기 유대인들은 교회 안팎에 존재한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주고, 혹시라도 나는 그런 부류에 속한 것은 아닌가 ? 나는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인가 ? 아니면, 무늬만 그리스도인일뿐, 21세기 유대인은 아닌가 ? 하는 물음을 내 자신에게 던지게 한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