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805호 2024. 3. 24 
글쓴이 한건 신부 

마음 안에 주님의 십자가를 세웁시다.
 
 

한건 신부
이기대성당 주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오늘 예수님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기 위해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그때 당신을 향한 군중들이 나뭇가지를 흔들면서 “호산나”를 외치며 환영합니다. 군중들은 자신들의 꿈인 다윗의 나라를 예수님에게서 본 것입니다. 반면에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위험한 인물로 냉랭하게 쳐다봅니다. 잠시 후 열렬히 환호하던 군중들도 점차 태도를 바꿉니다. 유대 지도자들과 한패가 되어 예수님을 반대하는 살인 동조자로 돌변합니다. 힘없이 체포된 예수님을 보자, 자신들의 꿈이 깨졌다고 죽이려고 크게 외칩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제자들도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을 버립니다. 베드로는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고, 제자들은 십자가 처형 현장에선 두려워 도망을 갑니다. 반면에 끝까지 예수님 십자가 곁에 머문 여인들이 있었고, 예수님의 시신을 내달라고 청하여 곱게 안장한 아리마태아 출신의 요셉이 있었습니다.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예수님을 보고, 백인대장은 “참으로 이 사람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라고 고백도 합니다. 
 
   우리 마음에도 주님을 환호하며 맞아들이는 성전과 주님을 거부하는 도성이 있습니다. 사순 시기에 주님을 맞아들이는 성전이 되기 위해 자선과 단식, 기도를 열심히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나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이 틀어져서 주님을 배반하고, 주님을 거부하는 도성이 되지는 않았습니까? 이기적인 내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예수님을 버리지는 않았습니까? 주님 아닌 다른 세상의 것에 마음을 두지는 않았습니까?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 마음에서 더 철저히 고립되고 또다시 십자가의 길을 가십니다. 
 
   십자가의 주님은 우리가 당신을 버려도, 결코 우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주님은 당신의 적대자들까지도 미워하지 않았고, 단죄하지 않으셨습니다. 이것이 십자가에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주님은 고통스러운 십자가에서 용서하셨고, 죽음에서 부활하심으로써 당신의 사랑을 증명하셨습니다. 
 
   우리 마음 한가운데 새롭게 주님을 따르는 십자가가 세워질 때, 주님의 마음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새 십자가 안에서 죄는 씻어지고, 죽음은 생명으로, 미움은 사랑으로, 거부는 받아들임의 새 마음으로 변모합니다. 성주간의 시작인 오늘 주님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길을 기억하고, 새 마음으로 세상 안에서 그 길을 가도록 노력합시다. 그러면 주님의 십자가의 길이 부활이라는 영광을 가져왔듯이,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십자가의 삶에 영원한 생명이라는 큰 선물이 주어질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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