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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6 11:10

[강론] 사순 제5주일 - 주임신부

조회 수 64

사순 제5주일(나해) 강론 – 신앙인 만족도
 

주임신부   2024. 3. 17, 덕계성당


 

강론을 시작하며, ‘만족도’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직업 만족도’가 발표되었는데, 759개 직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2년 넘게 조사한 결과, ‘신부’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가 초등학교 교장, 2위가 목소리로 연기하는 성우(聲優), 3위가 상담 전문가, 4위가 신부, 5위가 작곡가 등입니다. 물론, 이 ‘직업 만족도’는 ‘직업 선호도’가 아닙니다. 직업 선호도는 돈과 관련된 연봉과 안정성이 주된 기준이지만, 직업 만족도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신이 어느 정도 만족하며 사느냐 하는 점이 그 기준이 됩니다. 주로, ‘선호도’라면 외적·객관적 평가의 면이 강하고, ‘만족도’라면 내적·주관적 평가의 면이 강합니다. 선호도와 만족도가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느 어느 직업이 더 좋다.’는 것은 만족도라기보다는 선호도와 가깝다고 볼 수 있겠으며, 이는 소개해 드린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여하튼, 이 조사 결과를 보며 저로선 조금 못마땅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신부를 ‘직업’으로 본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제 생각으로는, 신부는 직업이 아닌 ‘신분’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해서, ‘이 세상 사람들 시각으로는 그럴 수 있겠지.’라고 위안을 가졌습니다. 또 다른 못마땅한 점은, ‘만족도에 있어서는 신부가 1위가 되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서, 저 자신부터 최고의 만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 입장에서 ‘신앙인 만족도는 어떠할까?’를 생각해 봅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종교의 선호도에서는 ‘가톨릭’이 탁월하게 높은 평가로 나타나고 있지요. 그렇다면, 가톨릭 신앙인으로서의 ‘신앙인 만족도’가 어떠한지는, 우리 자신들이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신앙인에게 있어서 신앙이란 ‘선호도’ 문제라기보다는 ‘만족도’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순 시기를 보내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나는 나의 신앙에 대하여 얼마나 만족하며 살고 있는지?’를 이 시기를 보내며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나아가서, ‘하느님께서는 나의 신앙을 보시고 당신께서 얼마나 만족하실는지?’도 생각해 본다면 더 좋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앙인은 주님을 섬기는 자들입니다. 그러한 우리에게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요한 12,26) 이 말씀을 볼 때, 신앙인은 주님을 따라야 하는 자라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라야만, 그분을 진정으로 섬기게 됨을 알려 주십니다. 실상 우리 주변을 본다면, 주님을 ‘적당히’ 섬기려는 자, 즉 그분을 모시고 받들려는 자는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적당한 섬김이지 진정한 섬김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님을 진정으로 섬기기 위해서는, 그분을 ‘따르는 자’, 즉 그분께서 가신 대로 같이 가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주님을 따른다는 것, 이는 주님을 구경함으로써의 만족 또는 그분을 생각함으로써의 만족도 아닙니다. 주님의 삶을 내가 몸소 실천해야 하는 것으로서, 그렇게 따름으로써 만족을 발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 각자도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결국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야 하는 삶, 그것이 주님을 ‘따르는 것’이요, 그것이 주님을 ‘진정 섬기는 것’이며, 그런 삶 안에 만족이 있음을 우리가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인 만족도’는 ‘주님을 따름’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우리 안에 진정한 만족이 계속 머문다면 좋겠습니다.
 

신앙인이신 여러분, 우리의 신앙이 우리 자신에게 만족스럽길, 그리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만족스럽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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