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0일 사순 제4주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몸을 건강하게 하려면 운동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근육량만 늘리고, 체지방만 빼고, 규칙적인 운동만 한다고 해서 몸이 다 건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몸이 건강해지려면, 육체적, 정신적인 운동을 해야 비로소 몸이 건강해진다. 육체적인 운동을 하는 곳이 헬스클럽 같은 곳이라면, 정신적인 운동을 하는 곳은 종교시설이다. 절에 가면, 부처님의 가르침의 결정인 자비를 배운다. 향교나 종묘사직에 가면, 공자님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배운다.

성당이나, 예배당에 가면, 예수님의 가르침의 결정인 사랑을 배운다. 자비, 측은지심, 사랑, 이런 단어들은 모두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어떤 실체를 가리키는, 마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들이다. 육체적인 운동과 더불어서 사랑하기를 배우고, 사랑하기를 가르치고, 사랑하기를 연습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과 동일하다.

 
오늘 복음은 왜 신앙인들이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는 길인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신앙인인 우리에게 건강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을 알려준다. 왜 우리가 사랑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구원을 받기 위함이다. 구원이 무엇일까? 구원은 맹신盲信이나 광신狂信에 대한 보상도 아니고, 인간의 희생적 신심信心행위에 대한 포상도 아니다. 사랑하고, 사랑 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가고 성숙시켜 나가는 삶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가슴 벅참, 가슴 뿌듯함, 의미 충만, 곧 하느님 나라에서의 삶, 하느님과 더불어 사는 삶이 바로 구원이다. 하느님의 아들을 믿고, 아들이 보여준 삶을 따라서 살아가는 것, 사랑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구원이다. 그래서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이들은 누구나 구원받은 사람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랑을 실천하면서 사는 길일까? 친절하게도 오늘 복음은 우리들에게 사랑 실천의 구체적인 본보기를 제시해준다: «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
 
       자기가 저지른 악한 행동을 감추려고 하지 아니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하나의 길임을 오늘 복음은 우리에게 가르친다. 자기가 한 일이 좋은 일이건, 좋지 않은 일이건, 숨기지 아니하고, 속이지 아니하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 그럼으로써 자신이 한 일이 모두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는 것, 그것이 바로 다름아닌 사랑의 실천이다. 하지만, 우리가 만일 그렇게 살아간다면, 세상은 우리를 두고, 손가락질을 하거나, 바보, 븅신, 모자란 놈이라고 욕할 것이다. 그렇게 살면 사람을 이용해 먹으려는 악의 세력에게 참으로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 죽음으로 치달아가는 이 21세기의 무한 경쟁과 처절한 약육강식의 시대에, 그렇게 사는 것이 불의에 비폭력으로, 십자가 상의 죽음으로 저항한 예수의 삶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 사랑의 실천은 다른 말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삶이기도 하다. 흔히 신앙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교리를 믿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세 분인데 한 분이라는 삼위일체 교리의 말 같지 않아 보이는 말을 믿고, 동정녀가 잉태하였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 신앙이라 생각한다. 또 지킬 계명을 잘 지키는 것이 신앙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금육과 금식을 비롯해서 주일 미사참례 의무와 고해성사 의무 등 교회가 만든 계명들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한다. 또 은총을 얻는 방법을 잘 강구하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잇다. 전 대사와 한 대사를 얻고, 여러 신심 행위에 충실히 참여하여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은총을 받기 위해 애쓰는 것이 신앙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자세들은 신앙의 핵심을 잃고 지엽적인 것에 매달리는 행동에 불과하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신앙은 은총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신앙은 세상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우리 안에 살아계시게 하는 길이다. 그래서 하느님이 세상을 사랑하시듯이 우리도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노력 일체가 바로 신앙인 것이다. 이 신앙의 또 다른 이름이 사랑이다. 사랑이야말로,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이게 하는 것이다. 예수께서는 우리들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 여러분이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여러분이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요한 13,35). 그렇다. 사랑은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하느님 자녀의 당당한 몸짓이며, 우리를 최고로 건강하게 살게 한다.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사도 바오로의 편지 한 대목을 여러분에게 읽어 드리며, 이 강론을 끝맺고자 한다. 우리에게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말씀이다 : «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장차 우리에게 드러나게 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곤란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성령께서도 나약한 우리를 도와주십니다.  우리는 올바른 방식으로 기도할 줄 모르지만, 성령께서 몸소 말로 다할 수 없이 탄식하시며 우리를 대신하여 간구해 주십니다…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라고 말해야 합니까 ?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 무엇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위험입니까? 칼입니까? "저희는 온종일 당신 때문에 살해되며 도살될 양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러나 우리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분의 도움에 힘입어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도 남습니다.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삶도, 천사도, 권세도, 현재의 것도, 미래의 것도, 권능도, 저 높은 곳도, 저 깊은 곳도, 그 밖의 어떠한 피조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에게서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우리를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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