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9일 사순 제2주간 목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성경은 참으로 친절하게도 부자의 기준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로운 잔치를 벌일 정도가 되어야 부자다. 예수님 시대 당시 일용직 노동자의 하루 품삯이 1데나리온이었고, 아마포 옷 한벌이 1일 품삯의 34,000배 정도이니, 오늘날 물가로 환산하면, 일당 10만원의 34,000배, 그러니까, 옷 한 벌에 34억이다.

1인당 그 정도이니,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한 가족당 최소 옷 한 벌 값만해도 136억이다.
매일 호화로운 잔치를 열 정도가 되려면, 적어도 매일 1억 이상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한 달에 30억, 1년이면 120억, 그리고 철 바뀔 때마다 옷 한 벌씩 해 입는다고 하면, 1년에 옷 값만 544억이다. 1년에 옷 값, 음식값으로 나가는 돈이 680억이다. 거기다, 종도 부려야 할 테고, 일꾼도 부려야 할 테니, 1년 임금으로 400억 정도 하면, 1080억이다. 그러면, 1년에 최소 2000억 정도는 벌어야 부자라는 계산이 나온다. 성경은 이 정도 되는 재산이 있어야, 부자라고 한다. 이 정도 되는 부자가 되면, 사치를 누릴 수 있다. 매일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파티를 열면서 살 수 있다.
 
성경은 또 참으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거지의 기준도 알려준다. 거지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로 연명한다. 당시 사람들은 음식을 손으로 먹었는데, 부자들은 두껍게 썬 빵 덩어리에다가 손을 닦았고, 그 후에 그 빵은 내버렸다. 주로 그 빵은 개들 몫이다. 거지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먹기 위해, 가끔씩 개와도 싸워야 했다. 그러니, 늘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상처를 치료하지도 못하니, 그 상처에서 나는 고름을 핥아 먹으려 개들이 주변에 모여든다.
 
이 둘이 죽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오늘 복음이 잘 알려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부자의 죄가 무엇이었나 하는 점이다. 그 부자는 라자로에게 자기 대문 앞에 얼씬거리지도 말라고 하지도 않았고, 자기 식탁에서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먹는 것을 못하게 하지도 않았고, 지나가며 더럽다고 그를 발길로 차거나, 몹쓸 짓을 하지도 않았다. 그 부자의 죄는 이 세상의 고통과 궁핍을 뻔히 보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능력과 권한과 자신이 소유한 재물의 크기와 양만큼, 사람에 대한 책임이 있다. 내가 가진 능력과 권한과 소유의 크기만큼 져야 할 죄의 크기도 크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만큼 돈이 없어서, 이 나라,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진정 가난하고 힘없고, 소외된 이들을 돕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것이 죄다. 가진 것이 별로 없더라도, 베풀 수 있었음에도 베풀지 않은 것이 죄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으면서도, 그저 좋은 말씀으로만 여기고 고개만 끄덕이고 마는 것은 죄다. 주위 어느 곳을 보더라도 위로해 주어야 할 슬픔이 있고, 채워 주어야 할 궁핍이 있고, 해방시켜 주어야 할 고통이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한계 상황을 보면서도 들으면서도, 아무런 감정도 가지지 아니하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아니한다면, 그것은 죄다.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기나 한가? 혹시라도 부자들의 뻐꾸기 소리에 취해서, 나도 그 부자 대열에 끼어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일 그렇다면, 나도 죄인이다. 부자들 옆에서 그러지 말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는 이들에게 개를 풀어 그 상처를 더 악화시키고, 그 상처에 난 고름을 핥아 먹게 하는 이들, 불순세력이라고, 나라 말아 먹을 것들이라고, 경제 부흥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이들, 그들 속에 혹시라도 내가 끼어 있지는 않은가? 만일 그렇다면, 나도 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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