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8일 사순 제2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자녀를 망치는 10가지 방법이라는 것이 있다.
1)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어라. 그러면 아이는 세상의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된다고 오해하면서 자랄 것이다.
2) 아이가 나쁜 말을 쓸 때면 그냥 웃어 넘겨라. 그러면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더욱 나쁜 말과 나쁜 생각을 할 것이다.
3) 그 어떠한 형태의 교훈적인 훈련과 교육도 시키지 말아라. 커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알아 잘 할 것이라고 믿고 내버려 두어라. 선과 악의 판단이 흐려질 것이다.
4) 잘못된 품행은 책망하지 말고 그냥 두어라. 이 다음에 사회로부터 책망을 받게 될 것이다.
5) 아이가 어질러 놓은 방 안의 물건들을 모두 정돈해 주어라. 자기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버리는 사람이 될 것이다.
6) 텔레비전이나 인터넷, 게임을 마음대로 볼 수 있게 해 주어라. 머지않아 그 아이의 마음은 쓰레기통이 될 것이다.
7) 아이들 앞에서 부부나 가족들이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라. 그러면 이다음에 가정이 깨어져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을 것이다.
8) 달라고 하는 대로 용돈을 얼마든지 주어라. 타락의 길을 쉽게 갈 것이다.
9) 먹고 싶다는 것은 다 먹이고, 마시고 싶다는 것도 다 마시게 하고, 좋다는 것은 다 해주어라. 어떠한 거절이라도 한 번만 당하면 곧 낭패에 빠지는 사람이 될 것이다.
10) 아이가 이웃과 대립되는 자세나 마음을 가질 때에는 언제나 아이편이 되어라. 건전한 사회가 모두 그 아이의 적이 될 것이다.
오늘 복음은 예수의 길과 세상의 길을 대비하면서, 가정 안에서, 특히 부모가 지녀야 할 신앙인의 삶의 태도에 대한 가르침을 알려주고자 한다. 적지 않은 신앙인 부모들이 자식들의 불신앙과 냉담 때문에 속앓이를 한다. 부모는 성당에도 잘 나오고, 여러 신심단체에서 활동도 열심히 하고, 봉사 활동도 열심히 하는데, 그들의 자녀들은 완전히 딴판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렇게 된 자식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탓이다. 자식놈 귀한 줄만 알았지, 정말 그 귀한 자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모르고 기르기 때문이다.
«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거라, 이 아빠가, 이 엄마가 네가 성당 다닐 거, 네가 기도할 거 다 할 테니까 »부터 시작해서, « 공부해서 남 주냐? 모두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식으로, 무조건 남들보다 잘 하라고, 남을 이기라고, 그래야 살아남는다고 가르치는 부모들 은근히 많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사람들끼리 서로서로 사랑하라고 하는데, 자식에게는 그 믿음을 가르치기보다는 처세술을 가르치고, 잔혹하기 짝이 없는 생존의 방법을 가르친다.
그러나 정말로 지혜로운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 따로 있다. 지금 내가 죽어도 내 자식들이 올바로 자랄 수 있도록 가슴 속 든든한 심지를 심어 놓는 것이다. « 얘들아, 세상을 살면 헛것이 있고 참된 것이 있는데 너희들이 그것을 잘 헤아려야 한다,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그 중에는 약이 아니라 독이 것도 많고 오히려 하기 싫고 힘들어도 그 가운데 참된 복이 있으니까 너희가 그것을 알아야 한다 » 하며, 스스로 먼저 자녀들에게 모범적인 삶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적지 않은 부모들부터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려고 하고, 부모들부터 재미난 것만 하려고 하고,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고 편한 것만 하려 한다. 자기는 TV보면서 아이들보고는 책보라 하면 그 아이들이 돌아서서는 부모 흉보는 법이다. 자식들은 부모를 보고 자란다.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보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다. 누굴 닮아서 애가 저렇나? 누구 닮겠나? 다 자기 부모 닮는 법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자녀를 망치는 10가지 방법 외에 자녀를 확실하게 망칠 수 있는 방법 한 가지가 더 있다: 아이의 진로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치마바람을 휙휙 날려라. 죽으러 가는 스승 예수에게 ‘나중에 왕이 되어 오시거든 내 새끼 하나는 국무총리 자리에 또 하나는 장관자리에 꼭 앉혀 달라’고 하는 야고보와 요한의 어머니, 살로메는 제 자식 귀한 줄만 알았지, 그 귀한 자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 어머니다.
나는 어떤 부모인가? 나는 자식들에게 어떤 부모로 비치고 있는가? 나는 사람들에게 어떤 부모로 비치고 있는가? 적어도 나는 그런 류의 사람은 아니라고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가? 예수의 길을 따른다는 것은 그저 성당 잘 나오고, 주일미사 꼬박꼬박 나오고, 매일 기도 열심히 바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은 나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나와 관계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이 되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뒤따르는 길이다. 전답 농사야 한 해 망쳐도 그 이듬해 잘 하면 그만이지만, 자식농사는 평생을 가는 법이다. 자식 농사 잘 짓는 것이 예수의 길이다. 참 삶의 길이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이렇게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