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7일 사순 제2주간 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스님 한 분이 시냇물을 건너다가 물에 빠졌다 한다. 그 스님은 당최 헤엄을 치지 못했다. 허우적거리기를 몇 차례 하다가 마침내 물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 가는데, 입만 동동 뜨더라 한다. 우스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결코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다.
 
예수께서는 곧잘 말과 행동 사이의 모순, 겉치레와 속내 사이의 불일치, 겉으로 드러난 행동과 숨은 의도의 불균형을 비판하신다. 오늘 복음도 그러하다. 오늘 복음의 시작대목에서 군중을 평신도로, 제자를 성직자로, 율법학자를 신학자로, 바리사이를 경건한 평신도로로 바꾸어서 오늘 복음을 다시 한번 읽어 보자: « 그때에 예수께서 평신도와 성직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신학자들과 경건한 평신도들은 모세의 자리를 이어 율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키시오.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본받지 마시오. 그들은 말만하고 실행하지는 않습니다 ».
 
‘율법학자, 바리사이’라는 단어들 대신에 그 자리에 주교, 목사, 신부라는 단어로 바꾸어 읽어 보니, 딱 현재의 교회의 모습이다. 부끄럽다. 종교인의 자기 반성, 철저한 자기 반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이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정의와 평화를 갈망하는 신음소리와 절규의 함성과 한숨의 소리들이 온 나라를 가득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는 평화를 바란다고, 정의를 원한다고, 쓰러져 가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바란다고 하는 사람들의 속내와 겉모양이 일치를 이루어야 할 때이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과 오늘 복음의 주님의 말씀을 내 삶 속에서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 곰곰이 성찰하면서, 나는 이내 많은 부끄러움을 발견했다. 그리고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다짐을 새로이 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나에게는 이렇게 다가 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독서와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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