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6일 사순 제2주간 월요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마음이 밴댕이 속아지 같은 사람이 좋은가 ? 아니면 마음이 넓은 사람이 좋은가 ? 당연히 마음 넓은 사람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마음이 밴댕이 속아지 같은 남편이나 아내가 좋은가 ? 아니면 마음이 넓은 남편이나 아내가 좋은가 ? 역시 마찬가지로 마음이 넓은 남편이나 아내가 좋을 것이다. 그러면, 남들한테는 마음이 넓은데, 남편한테, 혹은 아내한테는 마음이 밴댕이 속아지 같은 아내나 남편이 좋은가 ? 아니면, 남들한테는 마음이 밴댕이 속아지 같은데, 나한테는 마음이 넓은 남편이나 아내가 좋은가 ?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좋고 안 좋고의 기준이 대부분 ‘나’에게 달렸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물어본 것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 여러분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시오 »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에게 있어서 자비로운 사람이란, « 심판하지 않는 사람 », « 남을 단죄하지 않는 사람 », « 용서하는 사람 », « 주는 사람 »이다. 누구에게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 나에게 ? 남에게 ? 예수님의 말씀은 단호하다. 나에게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라, 남에게 자비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자비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오늘 복음은 나에게 도전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당의명제와 그 명제에 합당하지 못한 나의 현실에서의 삶 사이에 놓여 있는 텅 빈 공간이 너무나도 넓게 느껴진다. 오늘 복음,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머리 속으로는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원수에게까지도 자비를 실천하고, 목숨까지도 내어 놓는 사랑 다 하지 못하더라도,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사랑을 실천하다 보면, 모자라는 부분들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니까, 신앙인은 주님의 명령에 충실하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목숨 걸기까지 사랑한다는 것, 참으로 두렵다. 사랑해야지 하면서도, 정작 사랑하지 못하는 이런 나의 모습이 마치 스승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와 참으로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유독, 그 베드로를 물끄러미 바라만 보셨던 예수, 그리고 부활하신 후, 베드로에게 세번씩이나 « 당신은 나를 사랑합니까 ? »라고 물으셨던 그 예수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분의 길을 걸으며 산다는 것, 그 삶이 나에게 요구하는 용기와 지혜와 힘을 내려 달라고 또다시 기도해본다. 오늘 복음은 나에게 실존적인 물음을 던지며 다가온다.
여러분에게 오늘 복음은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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