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2일 목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미사 강론
천주교 부산교구 김해성당 이균태 안드레아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교회의 최고 목자인 교황을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현재 교황은 첫 번째 교황인 베드로 사도 이후로 제 266대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하느님 백성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교회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당신의 주인이 하느님이심을 당신의 삶으로 보여 주면서 살아가고 있다. 교황께서는 제1독서의 말씀처럼, 하느님의 양뗴를 돌보되, 억지로 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고, 부정한 이익을 탐내지도 않고, 열성으로 하고 계신다. 당신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해서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양 떼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교황을 위해 기도하는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우리들에게 ‘교회란 무엇인가 ?’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주고 있다.
 
예수를 스승으로, 메시아로 따르고, 그분의 말씀과 삶을 실천하고자 모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어떤 건물이나 제도도 없었고 한 줄의 교리나 고상한 어록조차 하나 없었다. 스승은 자신들에게 전혀 다른 삶에 대한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전혀 다른 삶과 전혀 다른 죽음, 그리고 전혀 다른 하느님을 그들의 스승은 뚜렷이 보여주었다.
스승의 말씀은 이 세상과 달랐고 스승이 보여주신 하느님은 그 당시 세상에서 말하는 하느님과 달랐다. 세상은 하느님으로부터 벌을 받지 않으려고 율법을 지키고 제사를 지냈으며 의무를 이행해야 했다. 무서운 하느님이었고 감히 그 이름도 함부로 부르지 못하는 지극히 먼 곳에 계신 하느님이셨다. 그러나 예수께서 보여주신 하느님은 판이하게 다른 하느님이었다. 그분은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불렀다. 예수에게 하느님은 무서운 분, 벌하시는 분이 아니라 베푸시는 분, 언제나 우리에게 베풀기 위해서 이미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시는 분이셨다.
 
그분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물으셨다. «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합니까 ? » 그러자, 제자들의 대표였던 시몬 베드로가 대답했다 :  « 스승님은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 이 대답은 교회가 무엇인지, 교회의 구성원이 누구인지, 교회가 결국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를 함의하고 있는 대답이다. 교회는 바로 예수를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예수를 통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사람들의 공동체,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이다. 우리가 어떤 건물에 모여 기도를 하고 미사를 하든, 우리가 어떤 제도와 조직 속에서 하느님을 찾고 어떤 방식으로 기도를 하고 관상을 하든, 결국 우리가 교회라고 불릴 수 있기 위한 유일한 기준은 바로 이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로 고백하며, 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로소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하느님의 백성, 바로 이것이 교회이다.
 
그러면, 이 교회는 누구의 것인가? 예수의 다음 말씀은 교회가 누구에게,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분명히 알려준다. « 나는 당신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당신이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입니다 » .
 
하느님께서 누군가에게 절대 권력을 주시기 위해 이러한 말씀을 남겨두신 것이 결코 아니다. 설령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여 있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만큼의 강력한 열쇠가 맡겨져 있다손 치더라도 그 열쇠의 주인은 여전히 하느님이시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자, 그도 어쩔 수 없이 그 열쇠의 관리자일 따름이다.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이지만, 교황의 교회내의 공식적인 9가지 명칭 가운데, Servus servorum이라는 명칭이 있다. 이 라틴어를 번역하면, 종들의 종이라는 말이다. 교황은 종들의 종일 따름이다. 교황도 그 열쇠의 주인일 수 없고, 주교도 주인일 수 없으며 신부도 주인일 수 없다.
 
        사랑하는 김해성당 형제, 자매 여러분,
 
       교회의 주인은 사제도 아니요, 수도자도 아니요, 평신도인 여러분도 아니다. 이 교회의 주인은 바로 하느님이시다. 이 진실이 없으면, 교회는, 제 아무리 건물이 그럴싸하고 제도와 조직이 완벽해도 그것은 그저 인간의 집단에 불과한 것이다. 하느님 백성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다. 교회의 주인 또한 하느님이고 그 교회의 구성원이라 불리는 내 인생의 주인 또한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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