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99호 2024. 2. 11 
글쓴이 손주희 레지나 
신비롭게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몸처럼 
 

 
 
손주희 레지나
사하성당·부산선택주말
 
   어린 시절 오빠를 따라 공놀이, 달리기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했던 저는 발목을 자주 접질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다친 저를 한의원에 데리고 가 침을 맞게 하셨습니다. 어린 저는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리에 침을 놓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사람의 몸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한의사의 말도 신기한 동화처럼 들렸습니다.
 
   이후 성인이 되어 부산선택주말 봉사자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또래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웃고 우는 청년들을 바라보며 이 또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생면부지인 사람들이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그 이야기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경청하는 모습이 놀라웠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사람의 몸을 신비롭게 연결해 놓은 것처럼 당신 자녀들 또한 신비롭게 하나가 되도록 만드셨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손과 발, 눈과 코와 입 등 신체 부위의 역할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이 모여 한 몸을 이룹니다. 우리가 한 몸을 이룬다는 것도 우리의 한명 한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발목이 아픈데 팔과 머리에 침을 맞는 것처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음에도 하느님을 통해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기뻐하는 청년들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우리 공동체의 머리이신 주님을 중심으로 청년들이 서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는 일치를 체험하게 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강하고 확실하게 느껴지는 주님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청년들은 서로 마음을 열고 자신 안에 담긴 삶의 체험과 이야기들을 편하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감과 경청으로 위로와 힘을 얻고 서로 연결된 한 몸으로 새롭게 변화의 여정을 향해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셨습니다.
 
   “한 지체가 고통을 겪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겪습니다.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몸이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지체입니다.”(1코린 12,26-27)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처럼 제가 속한 부산선택주말에서 이들과 한 형제자매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들의 아픔이 나의 아픔이 되고, 때로는 저의 아픔에 그들을 붙들고 의지하기도 합니다.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삶의 길이라 할지라도 실패와 역경 앞에 금방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용서와 화해로써 기꺼이 그들과 함께하려 할 때 또 우리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차기도 합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로마 12,15) 함께 아파하고 함께 기뻐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서로 사랑하여라.”라는 계명에 충실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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