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가톨릭부산 2024.02.07 14:32 조회 수 : 15

호수 2799호 2024. 2. 11 
글쓴이 박명제 신부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박명제 베네딕토 신부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사장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을 맞아 오늘을 세계 병자의 날로 지내는 교회는 특별히 여러 가지 이유로 상처받고 고통받는 병자들의 빠른 쾌유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가족과 이웃의 병자와 환자들을 찾아뵙고 기도하며 위로의 말씀도 나누었으면 합니다.
 
   신학교 1학년 때 봉사활동을 위해 소록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올랐던 여정에서 나병 환자를 처음 대면했던 순간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뒷걸음질 치며 주저하던 저희를 보시고 인솔 신부님께서는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병균을 옮기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지만, 쉽게 이해되거나 받아들이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 후 신학교 3, 4학년 방학에는 전라북도 고창에 있는 한센인 마을 동혜원 봉사활동으로 이어졌고, 아이들 교리교육과 공소예절,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자연스러운 만남과 가족적인 정과 사랑을 체험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헤어짐의 아쉬움과 고마움으로 다음에 꼭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하여, 찾아뵙기도 하고 초대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따스한 기억들만 생각나고, 그들의 상처와 아픔을 조금 이해하면서 저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음을 고백하면서 저 역시도 또 다른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부족한 인간임을 알게 되었고 그때의 은혜로운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은 나병 환자를 고치신 치유 기적사화를 들려줍니다. 복음에서 나병 환자가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르 1,40)라며 철저한 의탁과 간절함을 담아 청하자, 가엾은 마음이 드신 주님께서는 손을 대시고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마르1,41) 하시며 치유해 주시고 정해진 규정에 따라 사제에게 확인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이끄시고 마음의 치유까지 얻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나병 환자의 자세를 보며 우리의 기도와 청원은 어떠한지 되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얼마나 간절하고 전적인 의탁의 기도였는지, 나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춰진 바람은 아니었는지, 또한 인내를 가지고 끈기 있게 갈망했는지... 오늘 나병 환자의 태도에서 배웁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방향으로,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길 청하고 간구해야 할 것입니다. 나 자신만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주님의 뜻을 이루고 주님의 뜻에 맞추는 전적인 신뢰의 의탁이어야 합니다. 그러면 자비하신 주님께서 그 마음을 아시고 우리의 기도를 곧바로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사도 바오로의 독서 말씀처럼 그리스도를 본받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아간다면 모든 것을 주님께서 이루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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